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7.21 12:00
서울시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서울에 위치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우리 경제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40~50대의 가계대출이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타났다. 특히 40~50대 대출자 10명 가운데 3명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동시에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나 대출의 질 또한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다중채무자의 상환 부담이 많이 늘어나 취약차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1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업권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40~50대의 가계대출 총액은 1014조147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의 54.3%에 달하는 규모다.

40~50대의 가계대출은 2019년 923조3503억원에서 2020년 970조5336억원으로, 2021년 1013조9454억원으로 연평균 4~5%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3월 말까지 0.02% 늘어나며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2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이 은행권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지난해 말 전년 대비 40~50대의 은행권 가계대출은 3.3%(572조9371억원→592조1018억원) 증가한 반면 2금융권은 6.1%(397조5965억원→421조8436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2금융권의 대출 증가속도가 은행권에 비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자산과 신용이 높아 대출의 질이 높아 큰 걱정이 없었던 40~50대의 경우도 취약차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어서 우려된다.

이런 현상은 40~50대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의미하고, 대부분 '빚으로 빚을 돌려막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만약 최근과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경우 연체율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40~50대 다중채무자는 256만1909명으로 전체 차주(960만5397명)의 26.7%에 달했다. 이는 전연령대 다중채무자 비율 22.6%보다 더 높은 수치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40~50대의 대출 차주는 전년 대비 0.3%(958만6868명→962만252명) 늘어난 반면 다중채무자는 3.2%(248만8458명→256만9149명)나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우리경제의 허리이자 가정경제의 핵심 축인 40~50대의 생활이 급속히 어려워졌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만약 40~50대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 전반에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20~30대 청년계층에 대한 지원정책 등은 마련되고 있는데 40~50대의 대다수는 정부의 금융지원정책 수혜에 포함되지 못해 고립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40~50대의 빚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도미노현상처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태가 더 커져 뒷수습을 하기보다 미리 두터운 방파제를 쌓아두고 선제적으로 부실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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