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7.28 11:52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Fed SNS)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Fed SNS)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에 이어 다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올라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0.00~0.25%포인트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지만, 이것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역전이 예견돼 이미 일부 자금이탈이 이뤄진데다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등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자본이 조금씩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한꺼번에 급격히 유출되거나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도 금리역전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는 차치하고도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막대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 자체가 긴축을 뜻하는 것이고, 이는 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걱정이다.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높이면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높여 세계적인 경기 둔화 혹은 침체가 올 수 있어 이미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는 등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미국의 긴축은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연준의 유동성 흡수는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의미하고 이는 수입물가의 오름세를 키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올해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계속 인상해 2.75~3.0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금리인상 방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고, 미국이 추가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은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수출이 둔화하는 가운데 기업의 투자와 민간 소비마저 위축된다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와 부동산정책 실패의 여파로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와 치솟는 물가도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복합적인 위기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까 두렵다. 아직 경제위기의 고통은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위기극복 대응 강도를 더 높이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가계부채의 고삐를 단단히 조여야 한다. 수출경쟁력 확보에도 최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기에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규제혁파와 노동개혁, 세제개편 등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금은 민관이 합심해 금리인상과 불경기에 맞서 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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