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8.03 11:32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이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 2022'에서 세계 최고층 238단 4D 낸드플래시 개발과 관련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이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 2022'에서 세계 최고층 238단 4D 낸드플래시 개발과 관련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SK하이닉스가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높은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이 낸드는 최근 마이크론이 양산을 시작한 232단 낸드보다 6단 높은 기술이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제품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낸드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이번 낸드를 앞세워 시장판도 변화를 주도할 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238단 512Gb(기가비트) TLC 4D(4차원)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낸드플래시란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로, 기기의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담아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개의 셀(Cell)에 몇 개의 정보(비트 단위)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 1개), MLC(Multi Level Cell, 2개), TLC(Triple Level Cell, 3개), QLC(Quadruple Level Cell, 4개), PLC(Penta Level Cell, 5개) 등으로 규격이 나뉜다. 정보 저장량이 늘어날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적층능력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의 관건이다. 적층능력이 높으면 정보 저장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웨이퍼에서 성능 좋은 낸드플레시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적층능력을 높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정 공간 안에 더 많은 셀들을 넣기 위해 구조를 쌓아 올리면 셀들이 가까워지면서 간섭현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를 부도체에 저장하는 CTF(Charged Trap Flash) 구조로 바꿨고, 주변회로부를 아래로 접어 넣으면서 집적도가 극대화된 4D 낸드를 완성했다.

단순히 단수를 높인 것뿐만 아니라 단수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난이도 증가, 셀 컨트롤 기술요구, 낸드속도 하락 등의 문제를 극복했다는데도 큰 의미가 있다.

단수를 높이면서 사이즈를 줄인 것도 돋보인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선보인 238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단수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작은 크기의 제품으로 만들어 졌다. 크기가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이전 세대인 176단에 비해 34% 높아졌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Gb로 이전 세대 대비 50% 빨라졌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도 21% 줄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성과를 냈다.

지난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한 이후 1년 7개월 만에 기술 장벽의 한계를 넘어 세계 최고층 낸드를 만들어낸 SK하이닉스의 노고와 성과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200단 이상의 낸드 제품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마이크론(232단)을 제치고 원가·성능·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톱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SK하이닉스는 물론 한국 반도체 업계 전체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SK하이닉스의 이런 혁신적인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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