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08.27 00:15
닉 롱리치 배스대 박사 연구팀이 모로코에서 발견한 '탈라소티탄 아트록스' 화석. (사진=배스대 홈페이지 캡처)
닉 롱리치 배스대 박사 연구팀이 모로코에서 발견한 '탈라소티탄 아트록스' 화석. (사진=배스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백상아리 한 마리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백상아리 밑에는 대형 수조가 있고, 수조를 둘러싼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조에서 거대한 생명체가 솟아올라 백상아리를 한입에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의 한 장면으로, 백상아리를 먹어 치운 존재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대형 해양 파충류 '모사사우루스'다. 영화속에서는 최대 25.9m에 달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물속에서 사는 해양 파충류였기에 '어룡'이라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면 공룡은 아니다. 대부분의 어룡은 거대한 몸과 단단한 이빨을 통해 바다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모사사우루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도마뱀과 유사한 두개골을 지녔고, 육식성이어서 암모나이트·오징어·작은 어룡 등을 사냥했다.

사이언스X 네트워크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닉 롱리치 배스대 박사 연구팀이 6600만년 전 바다를 지배했던 거대 바다 도마뱀의 화석을 모로코에서 발견했다.

연구팀은 화석의 주인이 새로운 모사사우루스 종인 '탈라소티탄 아트록스'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들은 현재의 이구아나, 모니터 도마뱀의 먼 친척이다. 공룡이 육지의 왕으로 군림할 때 다른 해양 파충류인 플레시오사우루스와 바다거북, 또 다른 모사사우루스 종을 잡아 먹으며 바다를 장악했다.

탈라소티탄의 두개골은 1.4m에 달했으며 몸은 9m까지 자랐다. 대부분의 모사사우루스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긴 턱과 가느다란 이빨을 지녔던 반면, 탈라소티탄은 짧고 넓은 입·원뿔 모양의 큰 이빨을 지니고 있었다. 이 같은 신체 구조는 탈라소티탄이 먹잇감을 찢을 수 있도록 도왔고, 이 덕분에 그들은 당시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올랐다.

연구팀은 탈라소티탄의 사냥감으로 보이는 생명체의 흔적도 찾았다. 연구팀은 대형 포식성 물고기, 바다거북, 0.5m짜리 플레시오사우루스의 머리 화석을 발견했다. 최소 3종의 각기 다른 모사사우루스의 턱과 두개골도 있었다. 

롱리치 박사는 이와 관련해 "무엇이 다른 종류의 모사사우루스를 잡아 먹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종류의 해양 파충류를 사냥하는 데 특화됐던 탈라소티탄의 흔적을 발견했고, 이를 우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롱리치 박사는 연구 결과를 '백악기 연구'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탈라소티탄이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과 공룡 시대의 마지막 100만년을 함께 살았다고 결론 내렸다. 모로코에서 새로운 모사사우루스 종의 화석을 발견하며 그들이 백악기 시기 공룡의 대량 멸종을 유발한 소행성 충돌 이전에 번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롱리치 박사는 "모로코에는 백악기 해양 동물군 중 하나가 있다"며 "우리는 이제서야 모사사우루스 종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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