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9.08 05:05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클라리넷 연주로 외로움·고통 달래…인공와우, 패션아이템으로 정말 멋있다고 생각"

클라리넷 연주를 통해 외로움과 고통을 달래곤 한다는 손정우 씨. (사진제공=손정우)
클라리넷 연주를 통해 외로움과 고통을 달래는 손정우 씨. (사진제공=손정우)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인물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으로서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청각장애를 딛고 클라리넷을 전공한 손정우 씨(25세)는 많은 청각장애인들에게는 희망의 아이콘이다. 그는 현재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대학원에서는 예술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손 씨는 강남대학교 독일음악학부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했다. 그는 현재 청각장애인이 영화, 클래식, 뮤지컬 등 여러 예술 장르를 한층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손정우 씨는 '사랑의달팽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져 있다. '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인에게 인공와우 수술 및 보청기를 지원해 소리를 찾아주고, 소리를 듣게 된 아이들의 사회적응 지원과 대중들의 인식개선교육을 수행하는 사회복지단체다.

손 씨는 4살 때 청각 장애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7살에 인공와우를 삽입하는 수술을 통해 기계음으로 소리를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꾸준한 재활 치료를 통해 소리를 듣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손 씨는 어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연주회를 관람하러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청각장애인 유소년으로 구성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사랑의달팽이'에서 클라리넷 앙상블을 운영하며 청각 장애인의 재활을 돕고 있다. 

뉴스웍스는 '귀의 날'(9월 9일)을 앞두고 지난 8월 29일부터 '청각장애인과 관련된 휴먼스토리'를 게재하고 있다. 이번은 그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있는 손 씨의 사연을 다뤘다. 아래는 지난 6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이뤄진 손 씨와의 인터뷰다. 

강남대학교 졸업연주회 때 손정우 씨의 모습. (사진제공=손정우)
강남대학교 졸업연주회 때 손정우 씨의 모습. (사진제공=손정우)

-여러 악기 중에서 특별히 클라리넷을 택한 이유는.  

"악기 중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흡사한 악기가 클라리넷이다. 부모님이 재활 목적과 음악 교육 목적으로 권해주셔서 접하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청각장애인 유소년으로 구성된 클라리넷앙상블 '사랑의달팽이'에서 활동했다. 좋은 소리를 내려면 소리를 잘 들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부착한 인공와우의 상태에 따라 소리가 좋았다, 안 좋았다, 그랬다. 청각훈련을 위해 7살 때부터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 

-청각장애로 인해 '잘 들리지 않는 음역대' 때문에 힘들었을텐데 어떤 노력으로 극복했나. 

"귀도 계속 들으려고 하면 열리더라. 처음에 낯설고 귀가 아팠지만 계속 연습해 익숙해지게 되고 항상 수업 때마다 선생님이 좋다고 하신 소리들을 계속 기억하며 극복하게 된 것 같다. 나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중·고교를 다녔는데 그렇다보니 급우들이 나를 놀리고 따돌리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클라리넷 연주로 외로움과 고통을 달랬다. 

잘 안 들렸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좋은 소리가 난다고 어머니가 얘기를 해주면 바로 그 소리를 내 몸 전체의 감각을 통해 기억하고 재생하곤 했다. 보통 사람보다 몇 배 더 힘든 과정이었음은 물론이다."

'사랑의달팽이'와 '11번가'의 프로젝트로 만든 손정우 씨의 일상을 만화로 제작한 표지. (사진제공=손정우)
'사랑의달팽이'와 '11번가'의 프로젝트로 만든 손정우 씨의 일상을 만화로 제작한 표지. (사진제공=손정우)

  
-사회복지단체 '사랑의달팽이'를 통해 청각장애인들과 패션 화보를 같이 만들었다. 참여 동기와 소감은. 

"패션 화보에 참여한 다른 청각장애인 분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다. 아직 클라리넷 연주가로서의 뚜렷한 족적도 없던 나에게 감사하게도 사랑의달팽이가 추천을 해주셨고 운동선수, 배우 등과 어울려 음악가로써 참여하게 됐다. 인공와우 케이스를 꾸며서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소식들을 접하기는 했어도 이번 기회에 직접 겪어보니 옷과 인공와우를 매치시킨 모습들을 보니 처음으로 인공와우가 패션아이템으로서도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나중에 인공와우 기기를 바꾸게 된다면 성능 뿐만 아니라 평소 스타일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점까지도 고려해서 구매해볼 생각이다."

-A사 인공와우는 어떤 점이 좋아서 선택한 것인가. 

"악기를 연주해봐도 그렇고, 다른 회사의 인공와우들을 착용하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A사의 제품은 특별한 점이 있더라. 확실히 A사 제품은 자연의 소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음역대들을 한번에 흡수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러가지 음악을 접할 때와 자연의 소리들을 재생시키는 점에서 A사 제품은 여러가지 음악과 자연의 소리를 실제 소리처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 같다."

방송통신대학교 주최 '온더스테이지' 프로젝트 때의 손정우 씨의 연주 장면. (사진제공=손정우)
방송통신대학교 주최 '온더스테이지' 프로젝트 때의 손정우 씨의 연주 장면. (사진제공=손정우)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중·고를 선택한 이유와 일반 초·중·고를 다니면서 있었던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일반 초·중·고에서의 건청(소리를 잘 듣는)인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엔 어려운 점들이 많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열정적이셨다. 항상 도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계셔서 나 스스로는 어려웠지만 일반 초·중·고를 선택하신 것 같다. 수다 떠는 것이 다인 초·중·고에서 잘 듣지 못했던 나는 수많은 괴롭힘과 놀림을 당했지만, 부모님의 긍정적인 성격과 뒤에서 항상 든든하게 내 편이 돼줬던 가족이 있었기에 이 모든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원에서 '예술 경영'을 전공하고 있는데 영화, 클래식, 뮤지컬 중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예술 경영을 한 이유는 예술에 대한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운 접근성을 깨트리고 싶어 공부하게 됐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청각장애인들이 건청인들(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들)처럼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목표다."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후학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듣지 못해 생기는 어려운 환경과 낙담할 수 있는 많은 실패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이겨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장애와 병이 하나씩은 있다. 듣지 못할 뿐 남들보다 잘하는 것 하나는 분명히 있다. 듣지 못해도 당당하고 모든 실패에 쉽게 낙담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 하나씩 이겨내면 된다. 인생은 행복하고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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