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0.10 00:01
한 임산부가 양평군 협력 분만의료기관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평군)
한 임산부가 양평군 협력 분만의료기관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평군)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늘(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2005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 기간 '10개월'을 함께 기리기 위해 매년 10월 10일로 정해졌다.

어느덧 17년이 됐지만 이 날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임산부조차 이 날이 임산부의 날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는 임산부가 임산부라고 느끼고 보호받는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임산부 배려 수준은 낙제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임산부 1500명과 일반인 1500명 등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산부들이 임산부로서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54.1%에 그쳤다. 또 다른 '임산부 배려 인식' 조사결과도 충격적이다. 임산부가 매긴 배려 받고 있다는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4.3점에 불과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43점인 것이다.

임산부 배려 의식이 부족한 이유는 뭘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임산부 배려 교육이 전무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겉만 요란한 임산부 배려 정책도 한몫을 했다. 2011년 정부 권고로 시행했던 대형마트의 '임산부 전용 계산대'가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관공서마다 앞 다퉈 운영하던 '임산부 우선 서비스'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산부를 배려하는 서비스 중단 이유는 한결같이 '이용하는 임산부가 없어서'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상황이 이러니 누가 아이를 낳겠다고 하겠는가.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가 아니라 '초저출산 국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이기도 하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0명대라는 것은 1명의 여성이 1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10여 년간 출산 장려를 위해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돌아온 결과가 이러니 말문을 닫힐 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해 출생아수가 25만명도 안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8116명(6.0%) 줄어든 12만7138명을 기록한 것을 보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적 위기 상황인데도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낙제점이라는 게 안타깝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는 임산부들이 가장 먼저 대접받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 없이 '생동하는 나팔소리'인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를 기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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