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0.19 11:22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A씨(30)는 최근 한 기업에 입사했다. 졸업한 지 3년 만이다. 자신이 원하던 직장은 아니지만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이 일자리마저도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했다. 일단 다녀 본 뒤 다음 진로를 고민하겠다고 한다.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B씨(31)는 졸업한 지 4년이 다 되어 가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부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몇 차례 타진한 취업이 어려워지자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첫 일자리를 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구직활동 마저 단념한 니트(NEET)족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연합뉴스의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졸업 후 취업 경험이 있는 15~29세 청년 가운데 첫 취업에 3년 이상이 걸린 사람은 올해 5월 기준 3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32만3000명)보다 3만5000명 증가한 수치다. 취업 준비에 2년 이상~3년 미만(27만5000명)이 소요된 사람을 포함하면 첫 구직에 2년 이상 걸린 청년은 63만3000명에 달했다.

3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뚜렷한 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는 15~29세 니트족도 8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인 34세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3년 이상 장기 니트족은 12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3년 이하까지 포함하면 최소 40만명 이상이 그냥 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일자리를 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일할 의지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니트족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고용절벽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게 걱정이다.

니트족 급증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한창 일할 나이의 취업하지 않으면 전체 경제에는 이들의 노동 가치만큼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노동 투입량 감소로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청년층들의 소득 감소와 후생 악화로 빈곤 문제가 커지는 것은 기본이고, 부모세대의 부담 가중, 사회적 비용 증대 및 생산활력 감퇴,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사실 니트족들이 니트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취업할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극심한 취업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꽉 막힌 취업문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이는 좋은 일자리만 있다면 언제든 니트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법은 간단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결국 기업들의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신사업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 소수의 정규직 강성노조가 좋은 일자리를 철옹성처럼 쌓고 있는 낡은 구조를 깨뜨리는 노동개혁도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일도 안 하고 일할 의욕조차 잃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사회적인 문제도 해결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