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10.31 17:49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 슬픔 '가득'…60대 수녀 "다시 이런 일 생기지 않았으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가을 날씨가 유독 맑았던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분위기는 조용한 슬픔으로 가득찼다. 사고 현장 근처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나이·국적·성별·종교를 불문하고 찾아온 추모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29일 밤 발생한 참사 현장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이태원역 1번 출구 부근에는 이날 비공식적인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유족과 지인, 시민들이 참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화와 촛불 등을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마련된 곳이다. 

기자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왔을 때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추모객들이 곳곳에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사망자를 애도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중인 20대 김씨는 "친구들과 애도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말도 안되는 참사로 눈감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절로 눈물이 계속 난다"고 말했다. 

조용히 기도하는 외국인들과 종교인들도 눈에 띄었다. 

사고 현장 옆에 한송이 꽃을 가지고 기다리던 20대 튀르키예 국적의 사미아씨는 "너무나 슬픈일이 터졌다"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잠이 잘 안온다. 직접 그 모습을 보진 않았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기독교 단체에서 온 프랑스인 30대 물보르씨는 "어제와 오늘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와 조문하고 기도를 했다"면서 "유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광장 합동분향소. (사진=전현건기자)

서울시청광장의 합동분향소 역시 헌화하기 위해 찾아온 조문객들로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한 손에 국화꽃을 든 채 대기줄에서 기다리고 있던 40대 이종익씨는 "제가 직접적으로 관여된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서 찾아왔다. 다신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침부터 분향소 앞에서 기도를 드렸다는 60대 수녀인 A씨는 "정말 많은 인파들이 이곳을 찾았다. 모르는 20대들이 내게 찾아와서 이야기를 하고 저 또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는 다가가 위로와 포옹을 해줬다. 이것이 종교인들과 성숙한 시민 의식이라고 느낀다"면서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게 더 큰 울림으로 이번 참사가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합동분향소의 조문은 일행과 함께 앞으로 걸어 나와 준비된 국화를 단상 위에 올리고 약 10초 동안 묵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조문록을 작성한 후 분향소에서 나왔다. 

한편 서울시청광장의 합동분향소는 국가애도기간인 다음달 5일까지 운영된다.

분향소는 ▲서울시청광장 ▲녹사평역 ▲영등포구청 광장(영등포구) ▲동작구청(동작구) ▲강서구청(강서구) ▲양천구청(양천구) ▲은평문화예술회관(은평구) ▲북인사마당(종로구) ▲성북구청 잔디마당(성북구) ▲중구청(중구) ▲서대문구청·신촌파랑고래 앞(서대문구) 등 19곳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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