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1.04 00:01
(사진=뉴스웍스 DB)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우리나라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수많은 신고포상금제도가 있다. 부정부패, 탈세, 공익에서부터 의료보험·실업급여 부정수급, 환경오염, 불법건축물, 음주운전, 신호위반, 불법주차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포상금은 일상생활 속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포상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아마도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은 물론이고 신고자체가 줄어드는 일이 우선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런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실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신고포상금이 바로 그 것.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담합, 부당한 고객유인 등 총 15개 유형 위반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고자는 위반행위 유형, 과징금 규모 등 공정위 조치 수준, 제출한 증거 수준 등에 따라 최고 30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공정위가 지급한 신고 포상금은 모두 203건, 35억5000만원으로, 포상금 한 건당 평균금액은 1700만원이다. 지난해에는 평균의 100배가 넘는 17억5597만원의 포상금을 받는 신고자가 나타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니 공정위 신고포상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법. 하지만 지금 공정위는 포상금 예산이 부족해 포상금 지급을 제때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예산으로는 올해에서 이월된 포상금조차 모두 지급하기 어려워 신규 사건에 대한 포상금 지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곽현준 전문위원이 작성한 '2023년도 공정위 소관 예산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 담긴 공정위의 포상금 관련 예산은 17억원으로 올해(32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졌을까.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포상금(17억5597만원)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공정위가 지급해야 할 포상금 대비 관련 예산이 크게 부족해진 것이 주요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포상금 관련 예산 약 23억원5000만원으로 모든 포상금을 충당하지 못해 약 10억원의 포상금 지급을 올해로 미뤘다. 올해는 관련 예산을 32억원으로 늘렸지만, 이 마저도 부족해 10월 기준 미지급 포상금이 2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공정위는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의결 예정인 사건에 대한 포상금 지급 수요가 총 3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내년 예산(17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상당한 규모의 포상금 지급을 이듬해로 미뤄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주는 신고포상금은 당해 연도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할 경우 다음 연도 예산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긴 하지만, 공정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정위부터 규정을 위반하는 모양새여서 찝찝하다. 무엇보다 포상금 지급 지연은 신고 유인을 떨어뜨리고 제도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지 않다. 지금이라도 내년 예산에 반영해 포상금 지급이 미뤄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공정위가 공정하지 않으면서 누구보고 공정거래 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