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07 15:58

이임재 전 서장, 직무유기 혐의도 추가…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 수사' 확대 가능성

용산 전경. (사진=용산구청 홈페이지 캡처)
용산 전경. (사진=용산구청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7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총경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용산지역 경찰·소방서장은 물론 구청장까지 일제히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이번 참사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이들 지역 기관장은 물론 경찰 지휘부와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후 현장에 늦게 도착하고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에 보고를 지연한 데 대해 직무유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현장 총책임자인 이 전 서장에게 적잖은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사건 당일 이 전 서장의 행적 때문이다. 한마디로 좀더 신경 썼으면 좀더 빠른 대처가 가능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질책이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상황에서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이태원 일대를 55분간 우회하는 등 1시간30분 동안 별다른 지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집회 관리를 한 뒤 오후 9시24분께 용산경찰서 주변 한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47분께 관용차량을 이용해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그는 10분 뒤인 오후 9시57분께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하지만, 차량 정체로 해밀톤 호텔까지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서장은 경리단길, 하얏트 호텔, 보광동 등 여러 우회로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오후 10시55분에서 오후 11시1분 사이 인근 앤틱가구 거리에서 하차했다. 

그제서야 걷기 시작한 이 전 서장이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5분께다. 게다가 그가 뒷짐지며 걷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혀서 참사에 대해 빠른 대처를 할 의지가 있었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구나 당시는 이미 참사 발생 50여분이 지나 수십명의 심정지 환자가 나온 상황이었다. 

이 전 서장 관용차가 처음 도착했던 녹사평역과 참사 현장은 700~800m 떨어져 있다. 이 전 서장은 해당 구간을 ‘차량으로 이동하기 위해' 최소 55분간 근처를 우회하며 현장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고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해당 보고를 작성한 상황실 직원을 이날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최 소방서장의 경우 참사 발생 당시 경찰과 공동대응 요청을 주고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이태원 일대 인파 밀집을 제대로 예측하고 유관기관 협의 등 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법령상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법리적 검토 중"이라고 말해 현장 책임자들에 이어 '윗선' 수사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역시 사전대비와 사고 당시 조치를 적절히 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날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았지만 아직 범죄 혐의를 특정해 입건하지는 않았다.

특수본은 또 용산경찰서의 핼러윈 축제 관련 정보보고 문건이 참사 이후 삭제됐고,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과 회유가 이뤄진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용산서 정보관들은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다수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추가 인력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작성된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첩보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는 내부 정보관리 규정에 따라 72시간 안에 삭제된다. 특수본은 또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도 해당 보고서 파일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회유 작업이 있었다고 보고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이날까지 각종 매뉴얼 등 현물 611점과 녹취파일 등 전자정보 6521점, 휴대폰 2대 등 총 7134점을 압수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참사 현장 인근 CCTV 영상 57개와 SNS 영상 등 78개, 제보 영상 22개 등 총 157개 영상도 1차 분석을 마쳤다.

특수본은 지난달 31일 1차 합동 감식으로 확보한 3D 스캐너 계측과 이날 추가감식 결과,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등을 토대로 시간대별 군집도 변화 등 위험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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