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1.14 14:35
SPC그룹 본사 전경. (사진제공=SPC그룹)
SPC그룹 본사 전경. (사진제공=SPC그룹)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SPC그룹이 14일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정갑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을 선임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10월 15일 경기 평택 SPL(SPC로지스틱스)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지난달 21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에서 위원회 구성을 약속한 지 약 24일 만이다.

안전경영위원회는 SPC 전 계열사 사업장의 산업안전, 노동환경,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제반 사항에 대해 감독 및 권고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위원 4명과 내부위원 1명으로 구성됐다. 또 분야별 실무자로 구성된 안전경영사무국도 별도로 설치됐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정 전 총장은 감사원 감사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검찰청 검찰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 등을 지내며 정부 및 사법기관,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온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위원으로는 천영우 인하대 환경안전융합과 교수, 정지원 전 부산고용노동청장,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등이 위촉했다. 천 교수는 산업안전보건공단 중대산업사고예방실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산업안전전문가이고, 정 전 청장은 고용노동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산업현장 노사문제 해결과 노사협력 증진에 힘써온 노동 전문가다. 판사 출신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조 전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근로자 인권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PC는 이번 안전경영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위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안전경영의 기틀을 새로 세우겠다는 복안이다. 이와는 별개로 4개의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전사 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해 오는 11월 말 내놓을 예정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외부기관의 안전진단 결과와 안전경영위원회를 통해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이 강화된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특히 노동안전문제로 수년간 노동계와 대치해오던 SPC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정성 있는 변화에 나설 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미뤄선 안 된다. 주눅이 들 필요도 없다. 현재 SPC의 이미지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해 있다. 여기서 정부는 물론 노동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경영을 이루지 못하면 기업의 존폐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그렇다면 SPC의 선택지는 한 가지 밖에 없다. 차제에 작업장 안전 혁신을 가속화해 안전경영수준을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에 대한 허영인 회장의 의지도 확고하다. 획기적인 안전대책을 스스로 마련해 더 이상의 사고는 막겠다는 게 허 회장의 각오다. 그래야만 한다. 그게 SPC가 살 길이자 소비자들로부터 다시 사랑받는 지름길이다. 이번 안전경영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SPC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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