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1.20 00:01
인천 미추홀구 주안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현장. (사진=전현건 기자)
인천 미추홀구 주안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현장.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이르면 이번 주부터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달 28일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6년 만에 조정하기로 한 것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이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HUG는 자체 내규를 개정해 이번 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단지부터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도 중도금 대출보증을 해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 강북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전용 84㎡ 중형은 물론 일부 대형 주택형까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거래절벽과 미분양 사태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이 급등할 때 만든 규제를 풀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다. 다만 거래절벽이 본격화한 시장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주택 거래절벽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3년간 9월 평균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4913건이었는데, 지난 9월엔 650건에 불과했다. 10월 신고건수도 488건에 그치고 있다. 아직 10월 매매 계약분에 대한 신고 마감이 2주 정도 남았지만 10월 거래량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러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5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부동산 침체기를 넘어 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서울 아파트값이 금융위기 당시 하락 폭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산처럼 쌓이고 있다. 9월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는 총 4만1604가구로, 한 달(8월)전에 비해 27.1%(8만882가구)나 늘었다. 무엇보다 지방 미분양물량은 22% 느는데 그친 반면 수도권 미분양물량이 56% 증가해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공포가 점차 수도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철옹성 같았던 수도권 중심으로 미분양 한파가 몰아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동성도 문제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돈줄도 마르다보니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부동산시장 상황을 볼 때 이번 대책이 한발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조치로 꽉 막힌 분양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리인상 여파와 매수심리가 10년 3개월 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차갑게 식은 투자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거래절벽에 따른 집값 폭락, 미분양 적체로 인한 건설사 줄도산 등 부동산 경착륙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건설투자 감소는 경기침체의 골을 키우고 거시경제의 복원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서다.

해법은 명확하다. 양도·취득세 중과 등 겹겹이 쌓아놓은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추가 완화 등을 포함한 후속 조치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것도 속도감 있고 과감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급속히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려면 '찔끔'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지금은 실수요자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대책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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