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2.01 00:01
주택가 전기계량기. (사진=KBS 유튜브 채널 캡쳐)
주택가 전기계량기. (사진=KBS 유튜브 채널 캡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한국전력이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전력도매가(SMP) 상한제'가 오늘(1일)부터 시행된다. 민간 발전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원래 방안보다는 한 발 후퇴했지만, SMP 시행으로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25일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SMP에 상한을 두는 내용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고, 이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0일 이를 승인했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 가격인 SMP에 상한을 두는 것으로, 이를 시행하면 발전사는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의 1.5배를 넘어섰을 때 전기를 이보다 비싼 가격에 팔지 못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직전 3개월간의 평균 SMP가 그 이전 10년간 평균 SMP의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간 SMP에 상한을 두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이 월평균 3000억~4000억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SMP 상한제 도입은 민간 발전사들의 거센 반발로 곡절을 겪었다. 이에 당초 정부안보다 후퇴한 상황에서 출발하게 됐다. SMP 상한제를 3개월을 초과해 연속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명문화됐고, 1년 후에는 조항 자체가 일몰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지난 5월 행정 예고안과 비교해 SMP 상한제의 적용 단가 산식에서 10년치 SMP 배율을 기존 1.25배에서 1.5배로 상향해 민간 발전사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상한제 적용 대상 또한 100kW 이상 발전기로 한정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특히 발전 사업자들의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상한가격 적용 정산금을 초과할 경우 연료비를 별도로 보전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간 발전사들의 반발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 도매시장 가격 입찰제 도입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입찰제는 발전사가 각 발전사의 연료비 단가 대비 ±5~10% 범위에서 입찰가를 써내면 한전이 필요한 만큼 전기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가격 입찰제가 도입되면 발전사 간 경쟁이 생겨 공급단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민간 발전사들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이번 제도로 인해 민간 발전사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반발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전의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방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한전의 사상 최대 적자와는 달리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민간 발전사의 고통분담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것이다.

연료가격 폭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고통분담 추진은 세계적인 추세다. 스페인과 영국, 이탈리아는 막대한 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횡재세(windfall tax) 관련 세율을 높이기 시작했고, 미국과 독일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적자가 쌓이는데도 전년에 비해 3배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민간 발전사가 이를 거역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그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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