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2.03 00:01
성남시 관계자가 대형 식품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식품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성남시)
성남시 관계자가 대형 식품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식품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성남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1985년 도입돼 38년간 식료품에 표기하던 '유통기한'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소비기한 표기제가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측면과 식품 안전 측면 모두에서 중대한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개정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내년 1월 1일 자로 시행된다. 기존 유통기한을 표시했던 식품은 모두 소비기한으로 바꿔 표시해야 한다. 다만 우유와 우유 가공품 등 일부 품목은 위생적 관리와 품질 유지를 위한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해 소비기한제 적용이 최장 8년 동안 유예된다.

소비기한(use-by date)은 표시된 보관 조건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최종 날짜를 의미하고, 현재 쓰고 있는 유통기한(sell-by date)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유통 판매할 수 있는 날짜를 뜻한다.

이에 따라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더 길어지게 된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품질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60~70%가량 앞선 시한을 설정하는 반면 소비기한은 80~90% 앞선 수준에서 설정하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지난 1일 23개 식품 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수록한 '식품유형별 소비기한 설정 보고서'에 따르면 두부의 소비기한은 23일로 기존 유통기한(17일) 보다 6일 늘어난다. 과자는 45일에서 81일로, 과채주스는 20일에서 35일로, 빵류는 20일에서 31일로, 어묵은 29일에서 42일로, 햄은 38일에서 57일로 각각 늘어난다.

소비기한 표시는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식품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실제 국민들 뇌리에는 '유통기한=소비기한'이라는 인식이 자리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나면 식품을 폐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막대하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각 가정이 섭취 가능한 식품을 폐기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8조1419억원에 달한다. 식품제조업체의 경우 연간 5308억원의 식품폐기비용이 발생한다. 만약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면 가정 내 가공식품 폐기와 식품업체 제품의 반품 및 폐기가 감소해 각각 8860억원, 260억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식품안전정보원은 추정했다.

소비기한제가 시행되면 식품 폐기물이 대거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식품업계나 유통업계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기한을 표기할 때보다 제품을 더 오래 판매할 수 있어 재고부담이 줄고, 매출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품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음식이 변질돼 식품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판매기간이 길어진 것을 악용하는 악덕 제조·유통업자가 나오거나 냉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전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기한제 도입은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인데도 폐기하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막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처다. 하지만 식품안전 또한 소비자에겐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 우려를 풀 대책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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