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2.08 12:28
위믹스 로고 (이미지=위메이드 홈페이지 캡처)
위믹스 로고 (이미지=위메이드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암호화폐 '위믹스(WEMIX)'의 상장폐지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오늘(8일) 오후 3시부로 거래지원이 종료된다. 발행사 위메이드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4개 가상화폐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은 물론 암호화폐 시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위믹스는 중견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만든 암호화폐로, 게임 안에서 얻은 재화를 이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도록 한 점이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위메이드가 거래소에 제출한 예상 유통량보다 30%가량 많은 양의 위믹스가 유통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난 10월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어 사전 예고 없이 1600억원 상당의 위믹스를 매각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시장의 불신을 초래했다. 이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유통량 공시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고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을 근거로 지난달 24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위믹스 측은 "상장폐지를 결정한 거래소들이 오히려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장폐지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물론 본안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 수도 있다. 하지만 본안소송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위믹스는 사실상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게 됐다.

이로 인한 파장은 상당하다. 위믹스는 국내에서 상장폐지돼도 해외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거래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가 막혀 가격폭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기준으로 10만명이 넘는 위믹스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발행사인 위메이드의 주가는 물론 가상화폐를 발행한 다른 게임업체들의 주가도 동시에 하락하면서 그 여파가 주식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23만700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던 위메이드의 주가는 위믹스의 상장폐지 위기가 불거지면서 급락을 거듭해 이날 오전 11시 33분 현재 전날보다 23.47% 하락한 2만8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위믹스 입장에서는 이번 상장폐지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위믹스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제도권 자본시장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행위를 반복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국내 가상화폐시장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가상화폐거래소에는 유통량 기준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하고, 의무공시제도도 도입되지 않아 불공정거래가 쉽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시장 규모가 55조원, 이용자가 1525만명에 달하는데도 아무런 법적 규제나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서둘러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코인 발행, 운용 규제, 부당·불법 거래 감독 등 법적 조치를 재정비해야 한다. 더 이상 선의의 투자자가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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