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2.12.09 15:25

채용 비리·사모펀드 사태 등 법적리스크 책임…겉으론 세대교체 물결, 속내는 금융당국 눈치

조용병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회장추천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br>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회장추천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3연임을 예상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조 회장은 후배를 위해 떠난다고 밝혔지만, 회장 선임을 앞둔 타 금융지주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차기 회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선택하면서 우리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현재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 중이고,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의 DLF 대법원 판결 뒤 회추위 가동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었지만, 각 금융지주는 이사회 독립성을 이유로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권 내 가장 외풍이 없다는 신한금융지주의 회장 자리가 바뀌면서 이와 같은 뚝심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조용병 회장은 용퇴를 밝히면서 법적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얘기해 향후 회장 추천 시 가이드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직원들 징계도 많이 받았고 직접 CEO 사표도 받았는데, 누군가는 이를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전문경영인으로서 차기, 차차기를 보면서 인사를 해야 한다. 이번에 회추위가 선정한 후보군에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기 때문에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후배를 위해 자리를 내준다는 의도였지만 회장 재임 동안 법적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NH투자증권에서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판매로 인해 경영진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우리금융은 DLF에 이어 라임펀드까지 손태승 회장을 겨냥한 징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손 회장은 오는 15일 DLF와 관련해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다. 무죄가 예상되지만, 라임펀드에 대한 징계가 확정돼 연이은 법정 다툼이 부담이다.

조용병 회장이 던진 ‘용퇴’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 있다. 바로 회장의 임기다.

조 회장은 소회를 밝히면서 “한동우 회장이 연임으로 6년을 하면서 제가 이 자리까지 왔다‘며 ”최초 행원 출신의 은행장이자 회장으로서 약 40년 동안 여러 가지 보상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부분이다.

여기서 회장 임기는 연임, 최대 6년까지가 적정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주인 없는 금융지주의 회장 임기가 너무 길다며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대거 발휘해 왔다. 그때마다 은행권에선 금융사 수장의 임기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건 지나친 경영간섭이라며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조용병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6년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것이란 분위기다.

일각에선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금융회사 CEO의 임기도 같이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과거에도 은행권 수장들은 용퇴란 형식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동우 회장 역시 교체 시기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는 시기에 이뤄졌다. 정치권 외풍을 막는 대신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견고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용퇴란 말이 자주 등장한 곳은 대구은행이다.

대구은행장의 역대 임기를 살펴보면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있다. 대부분 연임에 성공하고도 제대로 임기를 채운 이는 없었다.

초대 김준성 은행장과 남옥현 은행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6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행장이 많았다.

하춘수 은행장은 금융지주 전환에 성공하며 DGB금융지주 시대를 열었지만,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중도 퇴임했다.

하춘수 은행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다음 해 수장 자리에 올랐다. 중도 퇴임 당시에도 본인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며 용퇴를 한 것처럼 비쳤지만 곧 박근혜 정권 때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화언 은행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와 함께했다.

이화언 은행장 역시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 4년째 갑작스럽게 퇴임을 결정했다. 이후 검찰의 C&그룹 관련 대출 로비 수사가 진행되자 의혹에 휩싸이며 구설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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