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2.13 11:23
(사진=뉴스웍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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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5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인데도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수입이 그 이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적자행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유럽연합(EU), 중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긴축에 따른 미국의 소비 위축까지 시작되면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통관기준 잠정치) 적자는 지난 10일까지 474억6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지금까지 최대 적자였던 1996년(206억2400만달러)의 2.3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무역적자 규모는 500억달러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2억67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동시에 적자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합계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 크다. 여기에 최근 들어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마저 위축되면서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돼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지난 10월(-5.8%), 11월(-14.0%) 두 달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이달 10일까지도 20.8% 줄었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개월 연속,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6개월 연속 각각 감소하면서 수출은 큰 폭으로 둔화하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수출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이 올해(6900억달러) 대비 4.0% 감소한 6624억달러, 수입이 올해(7350억달러)보다 8.0% 감소한 6762억달러로 무역수지는 138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도 내년 수출이 올해(6934억달러)보다 3.1% 줄어든 6717억달러, 수입이 올해(7360억달러)보다 5.1% 줄어든 6983억달러로, 무역수지가 266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말 걱정이다.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져 외화 유동성 문제, 대외신인도 하락 등 우리 경제의 악순환을 심화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이 꺾이면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탈출구 없는 터널에 갇힐 수도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물가에다 생산·소비·투자·수출 등이 모두 감소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해법을 모색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경제 전반에 파열음이 터지는데도 정치권은 한 치 양보 없는 극한 대결만 벌이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여야가 힘을 합쳐 기업들이 글로벌 전쟁터에서 잘 싸울 수 있도록 도와줘도 버거운 상황이다. 서둘러 긴급 처방을 내놔야 한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살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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