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2.15 11:54
한국전력공사 사옥. (사진제공=한전)
한국전력공사 사옥. (사진제공=한전)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오늘(15일) 전체회의와 법안소위를 열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일부개정안을 다시 논의한다고 한다. 앞서 지난 14일 한전법 개정안 처리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원만히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한전법 일부개정안은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돼 있는 한전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이 중요한 것은 지금 한전이 처해있는 절박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한전의 회사채 누적 발행액은 지난해 38조원에서 올해 72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30조원 이상 영업적자에 따른 당기순손실을 적립금에 반영할 경우 회사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데, 현재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발행한도를 초과해 내년 3월 이후 신규 회사채 발행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면 전력 구입대금 지급과 차입금 상환이 불가능해져 전력공급 차질과 전력시장 마비 등으로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회사채를 더 발행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요금인상 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한전채 발행 없이 전력대금을 결제하고, 현행 한전법을 위반하지 않고 한도가 초과한 사채를 상환하려면 내년 1분기 중에 전기료를 1㎾h당 64원을 올려야 한다. 통상 전기요금 1㎾h당 1원을 올리면 한전의 매출이 연간 5000억원가량 증가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메우려면 전기요금을 1㎾h당 64원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올해 세 번 올린 전기료 인상분(19.3원)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는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상황이 이러니 대통령과 경제단체들까지 나서 국회에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만큼 반드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호소했고, 중소기업중앙회도 14일 "한전법 부결로 전기요금이 또다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한전법을 개정해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요금개편안을 마련해 기업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런 요구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어떻게든 전기요금의 급격한 이상은 막아야 한다. 여야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 시장불안을 없애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한전채를 다시 발행하게 돼 당장의 고비는 넘기더라도 언젠가는 갚아야할 빚이라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된다. 또 한전채 발행 한도가 대폭 늘어날 경우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는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아 가계와 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고 빚에 빚을 내 눈앞의 위기만 넘기겠다는 발상은 극히 위험하다. 한전의 적자구조 개선을 위한 전력시장제도 개선과 자구노력, 전기요금의 단계적 현실화, 국민의 전력소비 절감 노력 등이 함께 이뤄져야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 한전법 처리도 중요하지만 처리 이후 대안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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