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2.19 18:17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각사)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각사)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은행권이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10월 21일 이후 자제해왔던 은행채 발행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본격적으로 착수했고, 다른 은행들도 은행채 발행에 잇달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단 은행채 발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은행들은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의 차환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색된 자금시장에서 은행채가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경우 제2금융권이나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19일 '제3차 금융권 자금흐름 점검·소통 회의'를 열어 연말·연초 은행권 자금조달 및 운용 현황을 점검한 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의 차환 발행을 허용했다.

곧바로 시동을 건 곳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20일 돌아오는 만기도래 물량에 대한 차환을 위해 신한은행이 2500억원, 우리은행이 28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발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시중은행 은행채 만기도래액 규모가 2조3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들의 만기도래 차환을 위한 은행채 발행이 잇따를 것은 불 보듯 한 상황이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은행채 발행 재개가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사실 이번 은행채 발행 재개는 기존에 발행한 은행채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고, 예수금 이탈과 기업대출 확대 등으로 자금 수요도 늘고 있어 적어도 만기 상환 목적의 차환 발행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은행권의 요청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최근 채권시장 투자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행채 차환 발행 물량이 무리 없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도 은행채 발행 재개에 힘을 더했다. 이와 함께 대내외 통화 긴축의 속도 조절 기대,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금융권의 시장안정 노력 등으로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점도 재개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금리인상 기조에다 레고랜드 사태의 직격탄까지 맞으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제2금융권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실제 이번 은행채 발행 재개 조치로 제2금융권은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은행채가 다시 발행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제2금융권 채권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당분간 시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재개하고, 내년 1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의 상환과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발행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2금융권은 이미 돈이 마른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자칫 금융위기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

만약 제2금융권에 균열이 생기면 자칫 큰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은행채 발행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로 인해 제2금융권에 불똥이 튀는 것도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것도 불길이 확산되기 전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금은 과감하고 정교한 대책을 신속하게 쏟아 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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