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6.20 11:55

남상태, 정준택, 이창하, 김회선, 정모씨...대우조선, 기업이 아니라 그들의 사금고였다

[뉴스웍스=김벼리기자]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겄다”

1970년 김지하는 시 ‘오적(五賊)’에서 사회를 좀먹는 다섯 가지 적을 언급하기 직전 이같이 노래했다.

46년이 지났음에도 최근 대우조선해양발(發) 부정부패·비리가 속속들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면 자연스레 이 대목이 떠오른다.

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된 지 15년. 전·현직 사장들은 5조원이 넘는 분식회계, 수익성 없는 사업 진출 등 방만경영 등 책임을 시한폭탄처럼 여기서 저기로 떠넘겼고, 지인에게 일감 몰아주기, 차명계좌를 통한 수십억원 대 비자금 등 눈 먼 돈을 저기서 여기로 끌어 모으기 급급했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를 파고들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해결의 실마리가 아니라 오히려 대우조선해양과 긴밀하게 얽힌 여러 기관들, 더 나아가 이들이 좀먹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뒤틀린 지형도였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주인임에도 방만 경영 등을 외면해온 산업은행 관계자. 뒤늦게 산업은행을 질타하며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앞선 부실감사에 책임이 있는 감사원.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한 번에 반영, 시장에 충격을 야기한 회계법인. 지금 당장의 파문을 막기 위해 고식지계로 일관, 피해를 눈덩이처럼 불린 정치권 등.

이렇게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비단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를 둘러싼 병폐가 한국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다.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아귀가 딱 맞아떨어져 마치 하나마냥 붙어서 사회 전반을 좀먹는 이들. ‘오적’과도 같은 대우조선해양 주역들의 행위를 정리해본다.

남상태 전 사장과 측근 ‘3+1’인방 - ‘비리계의 백화점’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이번 사태의 주인공급 인물이다. 지난 2006년~2012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연임한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 비자금, 방만경영, 정계로비 등 대표적인 기업비리 의혹을 모조리 사고 있다.

남 전 사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1950년 대구에서 출생해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대우중공업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 후로 28년간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사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야말로 바닥부터 시작해 하늘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그의 성공신화도 사장 재직시 저지른 비리 앞에선 빛을 바랜다.

◆ 측근에 일감 몰아주기…뒷돈도 챙겨

우선 측근들에게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가 있다. 현재 검찰이나 언론에서는 남 전 사장의 ‘측근 3인방’에 주목하고 있다.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이창하 디에스온 대표, 그리고 정모(某) 삼우정공 대표.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특히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대표가 뜨거운 감자다. 그는 남 전 사장과 대학 동창으로 깊은 친분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남 전 사장 취임 다음해인 2007년에 인터렉스메가라인과, 2008년에는 티피아이메가라인과 특혜성 수송 계약을 맺었다. 정준택 대표 소유의 휴맥스해운항공은 저 두 회사를 설립했으며, 지배주주의 자리에 있었다.

계약의 대가로 정 대표는 남 전 사장에게 수억원의 뒷돈을 건네고 관계사 지분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준 의혹을 사고 있다. 신동우 전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휴맥스해운항공은 2014년 대우조선해양 물량의 77%를 독식했다.

이뿐만 아니다. 2009년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 디섹을 통해 적자에 허덕이던 부산국제물류(BIDC)의 지분 80.2%를 인수했다. 뒤이어 휴맥스해운항공의 자회사인 S사가 10%의 지분을 가져갔는데, S사는 BDIC 지분을 사기 직전 세워졌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위해 설립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10여 개의 개별운송회사들과 맺던 계열사 물류운송을 일괄적으로 BIDC에 몰아줬다.

-건축가 이창하 씨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측근 이창하 디에스온 대표. 2001년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 고정출연한 그의 얼굴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편이다.

정 대표 못지않게 이번 사태의 핵심적 인물로 손꼽히는 인물로는 이창하 디에스온 대표가 있다. 그의 얼굴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편이다. 지난 2001년 MBC 예능프로그램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 디자이너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선한 외모와 프로그램 취지가 그렇지만 ‘선행’ 등은 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굳히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남 전 대표와의 친분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활동하며 거액의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대우조선해양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건 2006년, 남 전 사장이 취임한 해부터다.

2006년 2월 남 전 사장이 내정 직후 대우조선해양은 이 대표의 회사를 인수했다. 같은 해 4월 이 대표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리총괄 전무로 임명됐다. 다음해 이 대표는 이창하홈의 대주주가 된다. 이창하홈(이후 디에스온)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인테리어 사업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이창하홈에 여러 특혜를 베풀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산동 신사옥 신축공사의 시행사를 이창하홈으로 선정했다. 애초 관계사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맡길 수 있었으나, 남 전 사장은 굳이 이창하홈을 시행사에 참여시켜 79억원 이상을 추가로 지출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오만법인은 2010년 뜬금없이 선상호텔 사업을 추진하며 디에스온과 인테리어 공사 도급계약을 825만 달러에 맺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디에스온에 시공되지도 않은 공사비용을 지급하는 등 결국 3700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미 2009년 특정 업체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기소, 유죄선고를 받은 전력도 있다.

-정모 삼우정공 회장

측근 3인방의 마지막 자리는 정모 삼우정공 회장의 몫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삼우정공의 관계사인 삼우중공업 지분의 75.57%를 매입하고 2011년 7월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특히 2011년 지분을 살 때 주식 매입가를 2010년 매입가의 3배인 190억에 사들여 삼우정공에는 특혜를, 대우조선해양에는 피해를 입혔다. 정 전 회장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정 회장과 남 전 사장과 개인적인 관계는 앞선 두 인물보다 모호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 대표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남 전 사장은 "회사 협력업체의 대표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관계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이창하씨를 잘 알고 있다. 부산국제물류와 관련한 정씨는 제 대학교 동창이다"며 앞선 두 인물과의 친분을 인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차명계좌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

남 전 사장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그의 측근들이 연루된 정황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이 2007~8년 인터렉스메가라인과 티피아이메가라인과 계약을 맺을 당시 전자 지분의 13.21%는 T사가, 후자의 지분 15%는 M사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이들 두 해외법인에는‘주주배당의 형식으로 자금이 건네졌다.

그런데 T사와 M사는 각각 대우조선해양과의 계약 직전에 설립됐으며, 공통적으로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다.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세탁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지점이다. 특히 T사가 보유한 인터렉스메가라인의 지분은 남 전 사장이 물러난 직후 6.34%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에는 모두 처분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1년 7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BIDC 주주가 된 N사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다. BIDC는 앞서 살펴봤듯, 대우조선해양 자회사가 2009년 지분 80%를 사들인 뒤 일감을 몰아준 회사다. N사 또한 T사, M사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 있었고, 대우조선해양이 N사 지분의 19%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만경영

남 전 사장은 도덕적인 자질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도 ‘불합격’이었다. 남 전 사장 재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는 총 32개였다. 그 중 절반이 넘는 17개가 조선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이었으며, 여기서만 902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물론 이중에는 앞서 살펴봤던 ‘일감 몰아주기’ 등과 긴밀히 연결된 사업도 있다.

영등포구 당산동 사옥 매입, 그리고 삼우정공의 지분을 비싸게 사들인 것, 그리고 오만 선상호텔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오만 선상 호텔의 경우 400억원에 사들였지만, 되팔 때에는 고철값밖에 안 되는 47억원에 책정돼, 35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더해 상조사업 진출이라는 뜬금없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셀프 고문 추천 및 억대 자문료

이렇게 방만한 경영으로 재직 당시 허공에 뿌린 돈이 1조원이 넘지만, 남 전 사장은 아랑곳않고 퇴임 후 수익을 위해 골몰했다.

그는 퇴임 전 자신을 자문역으로 추천, 퇴임 직후인 2012년 4월부터 2년간 자문역으로 활동하면서월 2400여만원씩 총 5억7700여만원을 챙겼다. 이와 별개로 차량 지원 비용으로만 받은 돈이 월 252만원이었다.

◆측근 통한 정계로비

남 전 사장은 정계로비 의혹도 일찍부터 받아왔다. 여기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로는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있다. 그는 남 전 사장의 매제다.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2차장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은 남 전 사장의 소송이나 연임을 위해 중간에서 정권 실세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선 2009년, 2010년 검찰은 이와 관련 두 차례 수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남 전 사장 의혹 관련해서는 “증거가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특히 김 전 차장이 남 전 사장의 연임을 대가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김윤옥 여사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아직 확실한 단서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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