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1.05 14:42

용도 제한 없이 용적·건폐율 '자유'…단일용도 비율 70%, 주거용도 50+α 이하 한정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자료제공=국토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자료제공=국토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시대변화에 맞게 도시계획 체계를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계획 혁신 방안'을 5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현행 도시계획 체계는 제조업 시대에 마련된 것으로 주거환경 보호를 위하여 토지의 용도(주거·상업·공업 등)와 밀도(용적률·건폐율)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운용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직주근접, 고밀·복합 개발 등 새로운 공간전략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혁신적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면 기존 도시계획 체계를 벗어나 토지·건축의 용도 제한을 두지 않고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자유롭게 하는 '도시혁신구역'을 도입한다. 다만 복합용도 목적에 따라 단일용도 비율은 70%, 주거용도는 50+α 이하로 한정한다.

민간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민간사업자가 도시혁신구역을 제안하는 경우 도시개발 사업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의제하고 제안자에게는 도시개발법상 사업시행 자격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철도정비창 부지 등 민간이 선호하는 도심 내 유휴부지에 업무, 호텔, 주거, 병원,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고밀 융복합되는 개발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보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사업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개발사업자가 토지용도를 자유롭게 복합적으로 결정(공장은 제외)하는 '화이트존'을 도입한 뒤 노후 항만 배후단지를 주거·국제업무·관광 등 세계적 복합단지로 2008년 재개발했다.

기존 용도지역의 변경 없이도 다른 용도시설의 설치가 허용되는 '복합용도구역'도 도입한다. 복합용도구역의 밀도는 주변과 조화로운 경관, 복합화 촉진 등을 고려해 기존 용도지역의 용적률 범위 내에서 적용한다.

보스톤 혁신 지구. (자료제공=국토부)
보스톤 혁신 지구. (자료제공=국토부)

노후·쇠퇴 등으로 도시 변화가 필요하지만, 전면 재개발보다는 점진적·융합적 전환이 필요한 지역에 지정할 방침이다. 주거·공업·녹지 환경 보호를 위해 전용주거, 전용공업, 녹지지역은 적용을 제한한다. 이를 통해 노후 공업단지, 쇠퇴 구도심을 주거·문화·업무 복합지역으로 점진적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항만 물류창고 등을 주거, 업무, 공공문화시설, 공원으로 구성된 수변지역으로 재개발한 미국 보스톤 혁신 지구가 대표 사례다.

체육시설, 대학교, 터미널 등 도시계획시설을 융복합 거점으로 활용하고 시설의 본래 기능도 고도화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도 도입한다. 

시설 복합화 또는 지하화 등을 추진할 경우 용도지역별로 설치가 제한된 도시계획시설도 설치를 허용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적률·건폐율을 1.5~2배까지 상향해 줄 계획이다. 특히 도시계획시설에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의 국공유재산 장기사용 등 특례 부여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추진한다. 

이를 통해 도시계획 시설을 입체적으로 복합화하고, 한정된 공간에 다양한 기반시설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땅값 상승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는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시설 등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환수하는 공공기여가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판단했다. 환수 방식은 기존과 같이 토지가치 상승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간 사전협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지자체의 원활한 공공기여 제도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파리 15분 도시' 등 일상 생활과 시간을 고려한 도시계획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생활권 단위의 도시계획 활성화를 위해 현재 도시군기본계획상 부문계획인 생활권계획을 '생활권 도시계획'으로 제도화한다.

생활권 단위의 도시관리가 필요한 지자체는 권역 내 개발방향, 샹활 인프라 구축 계획, 밀도·높이 관리방안 등 생활권 중심 도시발전을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특히 관광, 산업 등 일정기간 동안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고려해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상위계획인 도시군기본계획상 계획인구 및 토지개발물량 등을 조정할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프라와 자원은 갖추고 있지만 접근성 격차로 인해 지역별로 삶의 질 차이가 나는 도시에서 일상 공간에서 주거·업무·문화·여가 생활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생활권 도시로 전환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국토계획법 개정에 착수하고, 올해 안에 선도사업 추진계획 마련 및 대상지 선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보완하고, 민간에서 안정적인 제도 정착과 확산을 위해 공간혁신구역을 활용한 국토부 선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길병우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변화하는 경제·사회 환경에 맞춰 도시계획을 혁신함으로써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며 "주어진 틀에 박힌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민간의 제안을 폭 넓게 허용하고, 대폭 규제완화해 민간이 개발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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