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1.14 00:15
입에 나무를 물고 이동 중인 비버. (사진=픽사베이)
입에 나무를 물고 이동 중인 비버.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재주가 있듯 동물들도 특별한 재주 하나쯤 가지고 살아간다.

설치류 동물인 '비버'에게도 해당한다. 수중생활에 특화된 비버는 하천이나 늪에 살며 앞니로 나무를 갉아서 넘어뜨리고, 흙이나 돌을 추가해 댐을 만든다. 나무를 갉는 솜씨가 좋아 지름 5~20㎝인 나무를 가볍게 쓰러뜨린다. 때론 1m 넘는 지름의 나무도 단시간에 넘어뜨린다. 댐의 길이는 보통 20~30m인데, 때에 따라서 650m에 이르기도 한다.

비버가 튼튼한 앞니로 나무를 무너뜨려 댐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생존'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온갖 천적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다.

라이브 사이언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비버처럼 큰 설치류는 육지에 있을 때 언제든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에밀리 페어팩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 제도 생태학자는 "비버는 땅에 있을 때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비버가 물속에 있으면 거의 무적"이라며 "그들은 뛰어난 수영선수이며 댐을 건설해 연못을 만드는데, 그 연못이 안전지대"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조던 국립해양대기청 노스웨스트 수산과학센터 어업생물학자는 댐에서 비버가 충분히 안전함을 강조했다. 

그는 "비버의 댐은 산사자, 곰, 늑대, 코요테 같은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깊다"고 밝혔다. 나아가 조던은 "비버는 댐 뒤에 운하를 판다"며 "이를 통해 나무와의 거리를 안전하게 좁힐 수 있고, 더 큰 음식과 건축자재를 그들의 오두막과 댐·음식저장고로 옮기는 데서도 도움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비버의 댐은 그들의 생존에도 도움을 주지만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페어팩스는 "비버의 댐은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춰 경관을 더 오래 유지하도록 한다"며 "하천을 번성하는 습지 생태계로 변화시키고, 그들이 습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물의 양은 다른 종들에게도 이상적인 서식지를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페어팩스는 또 "비버의 댐이 물의 속도를 늦출 때 물의 일부는 가뭄 동안 식물의 뿌리에 접근할 수 있는 토양에 저장된다"며 "이는 초목을 무성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비버의 댐 덕분에 탄생한 식물들은 공기에서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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