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1.14 14:10

손경식 CJ 회장 '적임자'로 거론…삼성 등 4대 그룹 재가입 이끌어낼 가능성 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대적 변화의 기로에 섰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 온 허창수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수뇌부 교체와 함께 조직 쇄신 움직임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닥에 떨어진 위상의 회복이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재계 '맏형' 경제단체였던 과거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철저히 배제됐고, 기업 친화적인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대적인 조직 혁신과 함께 탈퇴한 4대 그룹 재가입을 이끌어 내 재계 융합을 이뤄내는 것만이 실추된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모호해진 전경련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도 주요한 숙제로 꼽힌다. 전경련 위상 재정립 전제조건을 2회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전경. (사진제공=전경련)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전경. (사진제공=전경련)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시 한번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지난 12년간 전경련을 이끌어 온 허창수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전반적인 혁신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전경련을 대표하는 '새 얼굴' 찾기가 발등의 불이다.

차기 회장은 재계가 심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해결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4대 그룹 복귀를 이끌어 내 재계의 단결과 단합을 이뤄내야만 전경련이 경제활성화를 돕는 회원사의 임무를 부각시키면서 이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 대안 마련을 유도하는 싱크탱크로서 기능할 수 있어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진제공=전경련)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진제공=전경련)

◆사의 표명한 '최장수 회장'…"전경련 쇄신해야"

14일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경련 부회장단과 식사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사의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2년 임기의 전경련 회장직을 여섯 번 연속 맡으면서 최장수 회장 재임 기록을 세웠다. 물론 허 회장의 장기 집권은 그의 의지로 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허 회장은 임기를 마칠 시기인 2017년, 2019년, 2021년에도 거듭 퇴진 의사를 밝혀왔지만 물망에 오른 후임자들이 모두 난색을 표하며 사실상 '강제 연임'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퇴임을 계기로 전경련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 '맏형'으로 불리던 전경련이 회장 구인난을 겪은 건 곤두박질친 위상 탓이 크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하며 깊숙이 개입한 점이 드러나며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회원사들의 이탈도 잇따랐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탈퇴하며 회원사가 600여 개에서 450여 개로 크게 줄었다. 회비 수입도 2016년 408억원에서 2020년 71억원으로 급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각종 행사와 해외 순방에서 철저히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 위상 회복을 노렸던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의 비공개 만찬에 전경련은 초청받지 못했고, 이날부터 시작된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허 회장은 빠졌다.

전경련은 허 회장이 물러나는 시점에 맞춰 쇄신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차기 회장 후보는 2월 넷째 주로 예정된 정기총회 전까지 추대할 계획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중량감 있는 차기 회장 찾아라"…손경식 유력 거론

재계에서는 무엇보다 "차기 회장으로 누구를 추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정 농단 이후 지리멸렬한 내부 조직을 추스르고, 전경련의 위상을 다시 확립하고 고유 임무를 발굴하려면 조직 혁신과 함께 탈퇴한 4대 그룹의 재가입이 필수적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은 아직 전경련 재가입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탈퇴를 번복할 명분도 마땅찮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는 재계 화합과 중요 안건에 대한 의견 통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경륜과 위상을 갖춘 큰 어른을 모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적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손경식 경총 회장이다. 부회장단을 중심으로 다음 회장 선임을 논의하는 관례에 따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등도 거론되지만 그동안 굴곡이 심했던 전경련의 상황을 감안해 당사자 모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맡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회장은 그동안 실추된 재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안타까움을 피력하며 전경련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뜻을 내비쳐왔기 때문에 재계에서 추대할 경우 소임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러 경제 단체장을 역임한 재계 원로로 이미 능력이 검증됐다는 점도 강점이다. 손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고, 2018년부터 경총 회장을 3연임하고 있다. 정부와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기업의 요구도 전달해야하는 경제단체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데다 가입 회원사의 상이한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손 회장은 재계의 손꼽히는 마당발로 일컬어진다. 아울러 그가 이끄는 CJ그룹은 지난해 공정자산 기준 재계 서열 13위다. 총수가 없는 포스코, 농협, KT 등을 제외하면 10위권이라 봐도 무방하다. 여러모로 차기 수장 자리에 적임자다.  

범삼성가의 일원으로 재계 1위 삼성의 합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손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한때 상속재산을 놓고 사이가 틀어졌던 삼성과 CJ그룹이지만, 3세 경영 시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화해 무드에 접어들었다.

지난 2020년 10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빈소에 이재현 CJ 회장이 친인척 가운데 가장 먼저 찾았고, 지난해 11월 고 손복남 CJ그룹 고문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친인척 중 가장 먼저 찾으며 양가 갈등은 완전히 해소된 분위기다. 손 고문은 손 회장의 누나로,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장남인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하며 삼성가와 연을 맺었다. 손 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활동 참여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 "한국 경제를 위해 이 회장의 사면·복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정부에 제시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삼성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한다면 SK·현대자동차·LG그룹의 합류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경련은 당면한 경제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 어떤 경제단체보다 앞장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신임 회장은 4대 그룹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오너들과의 만남에서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처한 상황을 미뤄볼 때 본인 능력이 출중하고 주요 그룹 오너가와의 관계도 좋은 원로급 인사가 차기 수장을 맡아야 한다고 본다. 무게감이 떨어질 경우 재계의 심적인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