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1.20 00:01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온라인 추모 서비스 이용 방법 (자료제공=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온라인 추모 서비스 이용 방법 (자료제공=복지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경제와 문화예술, 스포츠, 여행과 레저, 정치, 사회 전반에 새로운 문명 출현에 버금갈 정도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상뿐만이 아니다. 고유의 명절 풍속도도 확 바꿔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석이나 설이면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게 미풍양속인데 여기에도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묘문화의 변화가 돋보인다. 성묘는 한자 뜻 그대로 省(살필 성), 墓(무덤 묘), 즉 무덤을 살핀다는 뜻으로 조상의 묘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무덤을 손질하고 돌보는 것을 뜻한다. 우리 국민이 성묘를 중시하는 이유는 조상의 영혼을 섬기는 만큼 조상의 육체가 묻혀있는 묘를 돌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상의 묘지를 직접 찾아가 무덤을 살피는 이런 성묘문화가 비대면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성묘하는 '온라인 성묘'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코로나가 절정을 이뤘던 2020년 9월 추석 때 처음 도입된 온라인 성묘는 비대면 문화 확산 바람을 타고 코로나시대의 '뉴노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가 한국장례문화진흥원과 함께 운영하는 온라인 추모 서비스 이용자는 2020년 추석 23만552명, 2021년 설 24만8732명·추석 30만770명, 2022년 설 28만5445명·추석 21만8249명 등 명절마다 20만명이 넘었다. 누적으로 보면 128만3748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 서비스를 올 설 명절에도 운영한다고 한다. 현재 총 421개 추모·성묘 시설(공설시설 226개소·사설시설 195개소)이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위탁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sky.15774129.go.kr)'에서 회원가입 후 고인이 안치된 추모시설을 검색해 고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추모관이 등록돼 '나의 추모관'을 개설할 수 있다. 개설비용은 무료다.

영정사진이 들어갈 빈 액자를 중심에 둔 가상의 추모관은 신청자가 직접 꾸밀 수 있다. 영정사진 대신 고인의 다른 사진을 등록할 수도 있다. 고인을 봉안시설이나 자연장지 등에 모신 경우에는 안치사진 등록신청을 통해 해당 장사시설로부터 고인의 실제 안치사진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안치사진 등록 신청은 오는 27일 오후 6시까지 하면 된다.

차례상은 밥·탕·전 등 원하는 음식을 골라 차릴 수 있고, 헌화·분향하거나 지방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추모글이나 음성·영상·댓글 등도 올릴 수 있다. 특히 추모관마다 별도의 URL 주소를 부여하기 때문에 문자·카카오톡·트위터·페이스북·네이버 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가족과 친지가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다. "새로운 추모 기능으로 설에 가족들에게 덕담을 전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차례상 꾸미기와 지방 쓰기가 가능해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다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아직까진 낯설고, 이러다간 우리의 미풍양식이 아주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모두 맞는 얘기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지난 3년은 전통 명절의 세시풍속은 물론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온라인 성묘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직접 무덤을 찾아 성묘를 못하는 아쉬움은 크겠지만 세상이 변하면 그에 걸맞게 생각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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