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1.26 11:37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 손해보험 5사가 내달 말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업계 전반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 특성상 대형사들이 보험료를 내리면 다른 손보사들도 보험료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내달 25~27일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책임개시 건부터 보험료를 2.0~2.5%를 인하할 예정이다.

보험사별로는 KB손해보험이 내달 25일 2.0% 내리고,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내달 26일 각각 2.0%, 메리츠화재는 내달 27일 2.5%를 인하한다. 삼성화재는 정확한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들 손해보험사와 유사한 시기에 2.0% 내릴 예정이다. 앞서 롯데손해보험은 손해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1일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0% 내린 바 있다.

이번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고물가에 따른 고객의 경제적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5월 자동차 보험료를 1.2~1.3% 내린 바 있지만 이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손해보험업계도 보험료를 인하해 적극적으로 민생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정치권의 추가적인 압박이 거셌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압력을 제외하고도 자동차 보험료 인하 요인은 너무 많다. 보험료 기준이 되는 손해율(고객이 낸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이나 실적 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먼저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업계 대형 4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누적손해율은 80.5%로 2021년 평균 누적손해율(81.0%)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손해율이 낮아져 수지가 개선된 만큼 인하 혜택을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누가봐도 옳다.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이 오르면 곧바로 보험료를 올려왔던 관행에 비쳐보면, 손해율이 내려가고 있는 지금 보험료 인하는 당연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적 개선도 무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2년 1~9월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31개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817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390억원)보다 8785억원(22.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말로 끝나는 2022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하락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역시 손해율 개선세가 예상되는데다 실손의료보험료까지 인상되는 만큼, 이런 호실적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추세라면 자동차 보험료 추가 인하도 가능한 상황이다. 손해율이 통상 손보업계가 주장하는 이익을 낼 수 있는 적정 손해율(78~80%)에 근접해 있는데다 지난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하 여지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지금 국민들은 높은 물가와 고금리, 가계부채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등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줄줄이 대출이자나 요율을 낮추는 노력을 손보업계도 주목해야 한다. 업계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타율이 작용할 것이고 그때는 더 큰 희생을 요구당할 수 있다. 보험료를 올릴 땐 번개처럼 올리고 내려야 할 땐 미적거리는 구태를 반복하다간 큰 화(禍를) 당할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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