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1.26 17:26

수사 기간 길어질 경우 법 실효성 떨어지는 부작용 발생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국회TV 캡처)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국회TV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형사처벌 강화가 오히려 중대재해 예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는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과 정재희 안전생활시민실천연합 대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실장,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실장 등 노·사·정 관계자들과 전문가, 산업현장 안전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1년 경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발제를 담당한 전문가들은 현 중대재해처벌법의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산업재해치사죄는 광범위한 정황·간접증거 수집, 사업장 고유 위험 요인 및 안전보건관리 내용 확인, 동종·유사업장과 비교한 이행 노력 등을 판단해야 하는 등 어렵고 복잡한 범죄 수사영역"이라며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기간이 너무 길어질 경우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의 진척 속도가 매우 느려 처벌되는 경영책임자가 아직 한 명도 없다"며 "이 법률을 너무 겁내지 말고 안전보건에 관해서 현상을 유지하면서 좀 지켜보자는 신호를 기업에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를 진행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중대재해법 위반 조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요하면서 상시안전점검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까지 수사에 소요된 기간은 건당 평균 약 9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수사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업무 부담은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형량이 강화될 경우 수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노동계는 제재규정을 추가로 신설하고 벌금의 하한선을 정하도록 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를 전반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형배 교수는 "경영계는 운용 가능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모델을 만들어 적극적인 실행 태도를 보여야 하고, 노동계는 기대한 수준의 엄벌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행정의 측면에서는 사후적 수사보다는 감독관이 현장에 나가 위험·유해 작업을 사전에 중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