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2.01 06:00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시간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소회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삼성 특유의 '초격차'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초격차는 2위와의 격차를 벌려 아예 추격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경영 전략이다. 삼성은 모든 사업 분야에서 이러한 초격차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초격차를 달성한 대표 사례다. 삼성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으로 지난 30여 년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분야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분야가 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과 스마트폰 부문이다. 두 사업 부문 모두 이전부터 적지 않은 노력을 쏟고 있음에도 1위 사업자인 TSMC와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격차가 벌어지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제공=삼성전자)

◆갈 길 먼 '2030 파운드리 1위'…격차 더 벌어져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수익 점유율은 직전 분기 대비 1%포인트 늘어난 60%다. 3분기에 이어 13%에 머문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47%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이 업체 조사에서 TSMC가 점유율 60%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에 등극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추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두 회사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분기 39%포인트였던 두 회사의 격차는 4분기 47%포인트로 8%포인트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선두인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경쟁에 가세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발표한 인텔은 올해 하반기에 3나노, 2024년에 2나노, 2025년에 1.8나노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 리피더스도 오는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을 개발해 반도체 칩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반도체 부활을 위해 8개 대기업의 출자를 받아 설립된 라피더스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10년간 5조엔(약 4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경우, 시장 입지가 TSMC 대비 상대적으로 불안한 삼성전자에 악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 S23 마케팅 프로모션 이미지로 추정되는 사진. (사진=샘모바일)
갤럭시 S23 마케팅 프로모션 이미지로 추정되는 사진. (사진=샘모바일)

◆'실속' 없는 점유율 1위…매출·영업익 애플에 밀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판매량 기준으로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22%)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 애플은 19%로 삼성을 바짝 뒤쫓았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는 애플이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1위(점유율 2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20% 점유율로 2위로 밀렸다. 매년 4분기마다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내놓는 애플에 점유율을 역전당하고 있다.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킨 삼성전자지만, 기준을 매출액으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당한 차이로 애플에 밀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는 42% 점유율을 기록한 애플이다.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 증가했다. 2위는 18.3%를 점유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인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 비중이 상당히 큰 탓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분석한 지난해 2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판매량 점유율 5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지만,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가 향후 판매량 기준 점유율 1위 자리까지 애플에 내줄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진하는 중국 업체들도 삼성전자에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관계자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해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관계자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결국 "기술, 기술, 기술"…기술력에 생존 달렸다

업계에서는 결국 기술력에서 TSMC와 애플을 제쳐야 추격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회장 역시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기술 중심 경영을 주창해 왔다. 지난해 10월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했고,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삼창'을 외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반등을 노린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nm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10월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라인도 1개에서 2개로 늘릴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양 대신 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폴더블폰 등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과 갤럭시S 시리즈 등 프리미엄 라인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가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은 올해 전년(1280만대) 대비 44% 이상 성장해 185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현지 시간 2월 1일 공개될 예정인 갤럭시 S23에는 애플의 '아이폰14 프로(4800만 화소)'를 월등히 뛰어넘는 2억 화소 카메라와 퀄컴의 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2세대'가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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