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2.21 12:37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상담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상담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은행권의 과도한 '돈 잔치'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대출금리 자진 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리인하는 금융소비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어서 이번 금리인하 경쟁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고, 우리은행도 21일부터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를 0.20%포인트 낮췄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21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내렸다.

신한·하나 등 이 밖의 다른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실질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각종 비용과 마진 등을 고려해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인데,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가 가산금리를 스스로 줄였고 우리은행은 거래실적 등과 관계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실질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행들이 금리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은 국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예대금리차를 활용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이익을 챙겨 과도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해에 14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남겼다. 수익의 90% 이상은 높은 대출금리와 낮은 예금금리의 차이를 이용한 이자 장사로 벌어들였다. 특히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해 재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천천히 올리면서 수익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또 이렇게 쉽게 번 돈으로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은행 임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의 성과급을 주고, 희망퇴직자 2200여 명은 특별·법정 퇴직금으로 6억~7억원씩 챙겨 주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국민의 비난 여론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은행권은 지난 15일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하지만 이 계획의 대부분이 보증재원의 최대 15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보증배수' 효과에 불과해 비난의 수위는 더 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3년 후 금 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들이 고금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지금 당장 고통 분담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이 금리인하라는 카드를 빼 든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은행권은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구실로 대출금리를 올려 과도한 수익을 내는 일을 멈춰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예금과 대출이자의 마진폭을 줄이고 전반적인 시장금리를 인하에 나서는 것이다. 이 같은 금리조정은 소비둔화와 고용악화로 인한 경기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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