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02.25 12: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AI 제품화가 가장 큰 의미…기술 격차보다는 '인력'과 '돈'의 문제

윤종영 AI 양재 허브 센터장겸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교수. (사진=정민서 기자)
윤종영 AI 양재 허브 센터장겸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교수. (사진=정민서 기자)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최근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다.

챗GPT는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챗봇 AI다.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를 걸치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가 명령글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답을 내놓는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챗GPT는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현재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1억명을 달성하기 위해 각각 2년 6개월, 9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챗GPT에 대한 큰 관심만큼이나 전에 없던 논란도 생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보의 부정확성, 문서 대필 및 표절, 저작권 논란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챗GPT에 '이완용'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자 '조선의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은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일부 학생이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에세이를 제출했다가 전원 0점 처리된 사례도 나왔다. 이러한 잡음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챗GPT가 산업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뉴스웍스는 인공지능(AI) 전문 지원 기관인 AI 양재 허브의 윤종영 센터장(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교수)을 만나 '챗GPT 열풍'이 산업·사회 전반에 끼칠 영향을 진단하고 현재 국내 기업들의 행보와 과제에 대해 물었다.

-챗GPT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노볼 효과' 같다. 처음에 조그맣던 눈덩이가 굴러가며 커지듯이 어떤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네트워크 효과로 커지는 것이다.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 돌파보다는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명을 넘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정말 짧은 기간 아닌가. 그 100만명에는 AI 분야나 오픈AI의 새로운 솔루션에 관심을 두고 있던 이들과 관련 업계 사람들이 많이 포함돼있다. 그들이 챗GPT를 사용하며 '지금까지와 다른데? 이거 되는데?'라며 공유하면서 잘 모르던 사람들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챗GPT는 결정적으로 쓰기가 쉽다. 사용성이 좋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 빠른 확산 요인 중 하나다. 기술적인 부분도 엄청나지만, 기존의 AI를 '제품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챗GPT 등장 이전까지 일반 대중들에게 AI는 그저 하나의 기술일 뿐이었다. 하지만 챗GPT 등장 이후 '우리가 AI를 이렇게 쓸 수 있게 되는구나? 정말 기계가 사람처럼 대화를 할 수 있구나?'가 됐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연구소에서 아무리 연구해도 출시를 해야 사람들이 쓸 수 있지 않나. 그런 역할을 이 챗GPT가 했다고 본다."

-'제품화'라는 말이 인상 깊다.

"이게 AI 기술이 갖고 있던 '아킬레스건' 같다.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돈과 인력을 총동원하는데 막상 사람들은 '그래서 그걸로 뭐하지?'라고 말한다. AI가 없어도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AI는 '나이스 투 해브'였지 '머스트 해브'가 된 경우가 없었다. 사실 세상 모든 게 다 그렇다. 우리가 무언가를 써보고 이게 정말 좋다 느끼기 전까진 머스트 해브는 없다.

스마트폰도 없었을 때는 불편함을 몰랐지만, 어느 순간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 됐다. 지금은 챗GPT를 많은 사람이 쓰기 시작한 순간이 됐다. 그런데 만약 오픈AI가 어느 날 챗GPT 사용을 중단시킨다면? 사람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써보니 편하고,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니까. 결론적으로 아직 스마트폰처럼 머스트 해브의 단계는 아니지만 그 단계까지 가는 굉장히 중요한 시발점을 챗GPT가 만들었다."

-기존 AI와 챗GPT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챗GPT는 기존의 챗봇과 학습량이 다르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 가면 경영·경제·인문학 등 여러 가지 분야가 있다. 기존 챗봇이 이 중 한 분야의 책만 공부했다면 챗GPT는 도서관 내 모든 책, 그 옆 도서관뿐 아니라 아직 도서관에 있지 않은 책,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책, 그리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모두 학습했다고 보면 된다.

또한 기존의 챗봇은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었다. 주로 고객 서비스(CS)에 많이 활용하려 했고 대표적인 것이 통신사가 운영하는 챗봇이다. 이는 해당 통신사의 서비스, 제공하는 제품 등에 대한 데이터만 알면 된다. 그 때문에 통신사 이외의 다른 답은 내지 못한다. 그런데 챗GPT는 세상 모든 걸 다 공부해서 답변하는 거다.

자사 제품인 기존 GPT와도 차이가 있다. GPT-3는 텍스트 생성과 같은 범용적인 언어 관련 작업에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 챗GPT는 대화형이다. 어떤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해 대답해주는 식이다. 결론적으로 학습량과 대화형 이 두 가지가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챗GPT가 '자연어 인공지능 수준 아니냐, 과대포장된 것 아니냐'는 말도 많다.

"과대포장은 글 쓰고 책 쓰는 일부 사람들과 일부 미디어들이 하고 있다. 오히려 챗GPT를 만든 오픈AI 창업주 샘 알트만은 "챗GPT를 맹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난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가 사람들이 이런 기술을 많이 쓸수록 이것이 악용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도록 팩트를 전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챗GPT의 한계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기계'라는 것이 가장 큰 한계다. 일단 2021년 10월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한 상태이고 그 이후는 모른다. 그런데 모른 척을 안 한다는 게 문제다. 데이터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틀린 정보를 정답 마냥 내놓는다.

윤종영 센터장이 챗GPT에 직접 질문한 내용이다.
윤종영 센터장이 챗GPT에 본인에 대해 직접 질문한 내용. 

챗GPT에 나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언뜻 보면 그럴싸하지만 틀린 정보다. 2019년이 아닌 2017년에 개설됐고, 서울시 산하로 국민대학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 운영한다. 정확히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그러려니 해버릴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심각한 문제다.

사실 이 한계를 따진다는 거 자체가 벌써 챗GPT를 인간과 비교하는 거라고 생각된다. 인간의 고유한 것들, 예를 들어 우리의 직관·영감·통찰력 등을 과연 기계가 맞먹는다? 이건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챗GPT를 우리가 너무 의인화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쓰는 도구일 뿐이다. '얘는 왜 이거밖에 못 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인공지능이니까 그거밖에 못 하는 것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장 파급력이 클 산업을 짚어 본다면.

"일단 기존에 AI 개발을 해왔던 업계가 충격이 클 것 같다. 그리고 미디어, 마케팅이나 광고 업계도 영향이 있을 거 같다. 좋은 영향일 수도 있다.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산업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이제 개발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대학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지금 코딩만 하고 다른 공부나 생각을 안 하면 언젠가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한다. 과거 대한민국이 발전할 때 화학공학이 굉장히 촉망받는 분야였다. 하지만 이제는 매뉴얼화됐고, 프로세스가 갖춰졌기 때문에 그냥 물건을 투입하면 나오는 식이다. 개발자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지금 챗GPT가 코딩하는 걸 보면 그 시대가 이미 온 듯하다.

기업 전체로 본다면 근로 행태의 변화 등이 있을 것 같다. 개발자, 카피라이터 등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AI에 자연어로 명령어 입력해 결괏값을 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은 요구사항을 얼마나 잘 정리할 수 있느냐가 이제 중요해졌다. 챗GPT와 같은 툴은 내가 원하는 걸 글로 잘 풀어 묘사해줘야 그에 대한 코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 인간의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인문학적·과학적·회의적인 사고 등이 종합이 돼서 (질문)해줘야 한다. 양질의 질문을 넣어야 양질의 답변이 나오는 것이니까."

-챗GPT의 활용 방법과 예상되는 이점은 무엇인가.

"무궁무진할 것 같다. 지금은 텍스트 베이스지만,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지금은 AI가 그림도 그리고 음성을 인식하고 제공도 한다. 이제 그런 기능들이 다 통합된다면 어떨까. 지금 기술들을 연결만 시키면 되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혼자 운전하면서 챗GPT에 질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도로를 지나가다 "지금 이 짓고 있는 건물이 무슨 건물이야?"라고 물어보면 답을 해준다던가.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는 챗GPT를 통한 비즈니스가 나올 것 같다. 지금 이 기술이 갖고 있는 단점과 한계들을 극복하면서 다른 특화된 것들을 하려 한다던가. (오픈AI가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초대형 언어 모델(LLM)은 인력과 자원이 풍족한 큰 회사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회사들에 이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자체가 비즈니스가 될 수 있고,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 업체들도 잇따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챗GPT 이전에 LLM은 우리나라도 하고 있었다. 재작년 10월에 LG, KT, 네이버 등 해당 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대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미 다들 해당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하고 있었다. 결국 제품화를 못 시킨 것 같다. '도대체 이걸로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벌지?'라는 고민을 했지만, 뚜렷한 아이디어는 없었던 거 같다. 그게 한국 기업과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큰 차이인 것 같다.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게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이제까지 하기 싫다거나 할 줄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못 했다. 이제는 오히려 그 요인들이 없어지고 있다. 굉장히 좋은 각성 기회가 된 거 같다. 그리고 기술 격차는 크게 없다고 본다. 이건 정말 인력과 돈 문제다. 국내 인력 훌륭하고, 돈도 충분하다. 굳이 부족하다면 데이터일 것이다. 오픈AI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이터양이 작을 수밖에 없으니까."

-AI 양재 허브도 AI 우수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기업들은 지금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위의 좌담회를 할 때 그런 얘기를 했었다. LLM이 나오면 스타트업한테 도움보다는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국 위기이자 기회가 된 것 같다. 챗GPT 같은 비슷한 서비스를 생각했던 곳은 위기다. 빠른 전환과 적절한 활용이 관건일 것이다. 오히려 이런 거대한 서비스가 있으면 그 옆에 다양한 서비스들이 필요해진다. 이때 빠르게 기회를 포착해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 이러한 점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에 한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영어 교정 AI 업체였는데 챗GPT가 (교정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워낙 많은 영어 문장을 학습하다 보니 교정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어떡하냐 물었더니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챗GPT보다 더 좋다는 걸 보여주면 되지 않나"라고 하더라.

지금까지는 비교 대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챗GPT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이를 비교하면 오히려 더 마케팅·광고 효과를 볼 수 있고 품질을 증명할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듣고 꽤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나 더 긍정적으로 보는 점은 사람들이 이제 AI의 영향력과 효용성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AI 스타트업이 제일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필요성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런 생각들이 깨지면서 사업을 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챗GPT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대화형 AI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은 무엇이며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이건 나도 고민이다. 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내주는 과제나 문제를 생각해 보면 내가 봐도 챗GPT로 충분히 할 수 있다. 당장 이번 학기부터가 문제다. 그렇다 보니 이건 정말 부정적인 시선이라기보단 현실적인 시선에 가까운 것 같다. 완화를 위해선 일단 꾸준히 이슈화가 돼야 할 것 같다. 이슈가 돼서 결국은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를 넘어 '챗GPT 리터러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챗GPT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툴도 있다. 일명 '챗GPT 판독기'라 불리는 'GPT제로'다. 직접 챗GPT로 얻은 답변을 돌려보니 전체 다 AI가 썼다고 뜨더라. 결국은 이제 얼마나 솔직해지느냐도 중요하다. 이게 '도구'라는 인식이 확실히 되면 "저는 이 도구를 썼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예를 들면 예전에 사진을 보정하려면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정 앱이 나와 처음부터 보정이 된 채로 사진이 찍히고, 아무도 앱으로 찍은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다. 이처럼 챗GPT도 그저 'AI 제품'일 뿐이고 도구일 뿐이다.

어쨌든 챗GPT는 'AI=도구'라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이러한 계기가 빨리 오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챗GPT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이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챗GPT 리터러시'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