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2.24 19:00

둔촌주공 분양가와 1~2억 차이…유상옵션 많다는 의견도 나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견본주택 앞에서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견본주택 앞에서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4일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견본주택 현장 앞에는 아침부터 방문객들이 계속 밀려들었다. 2월 늦추위 속 평일인데도 오픈 첫날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최근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며 분양 시장이 얼어붙은 것과 사뭇 다른 온도 차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정부가 1·3 대책을 발표한 후 서울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청약을 진행하는 첫 단지다. 때문에 향후 분양 시장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은 물론 세간의 관심까지 집중시켰다.

오전 10시부터 줄을 섰다는 A씨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차장부터 이미 만차여서 놀랐다"며 "금요일인데도 30분 이상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견본주택 안쪽으로 들어서자 대형 단지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스무 명가량의 방문객들이 큐레이터를 둘러싸고 단지에 대한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4개 동, 707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59~114㎡ 18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날 오픈한 견본주택에는 59㎡A와 84㎡A 두 평형이 마련되어 있었다. 모두 판상형 구조다. 59㎡A 타입은 침실 3개, 욕실 2개, 거실과 주방으로 구성됐다. 주방에는 와이드 창이 설치됐고, 공간 활용과 수납에 최적화된 'ㄷ'자형 설계가 적용됐다. 세탁기나 건조기 등을 설치할 수 있는 다용도실과 수납공간인 팬트리도 볼 수 있었다.

견본주택 안쪽 단지 모형 주변에서 방문객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견본주택 안쪽 단지 모형 주변에서 방문객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자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40대 B씨는 "가족 3명이 살기 적당한 59㎡A 타입을 보러 왔다"며 "막상 눈으로 보니 홍보 문구와 달리 다소 작았다"고 말했다. B씨는 "견본주택이 확장형 발코니로 전시되어 있었지만,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좀 작아 보여서 청약에 망설임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와 반대로, 한 20대 신혼부부는 "신혼 입장에서는 충분히 살 만한 구조"라며 "5호선 양평역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기자가 견본주택에 들어서기 전, 서울지하철 5호선 양평역 2번 출구에서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까지 걸었을 때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말만 역세권이 아닌, 진짜 역세권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84㎡A 타입 역시 침실 3개, 욕실 2개, 그리고 거실과 주방으로 구성됐다. 주방은 큼지막한 대형 와이드 창을 적용했고, 현관에는 신발장 외에도 레저용품을 보관할 수 있는 다용도 수납공간도 마련됐다. 주방 다용도실과 거실 트리, 안방 드레스룸 등도 구성되어 있었다.

84㎡A 타입을 둘러보고 있던 방문객들은 대체로 3~4인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면적이 넓어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았다.

2명의 자녀를 둔 40대 가장 C씨는 "유명한 학군들이 주변에 있고, 목동 학원가에서 오는 셔틀이 이곳과 가깝게 오간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단지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당중초, 문래중, 양화중, 관악고교 등의 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오목교 건너편에 있는 목동 학원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공사현장. (사진=전현건 기자)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공사 현장. (사진=전현건 기자)

주변에 향후 재개발 단지가 많은 게 청약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를 포함한 양평동 일대는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양평역 인근에 거주 중인 D씨는 "향후 양평 13, 14구역이 재개발되는 데, 이 경우 소음과 분진의 영향이 많을 것 같다"면서 "이미 그런 고생을 하는 단지가 꽤 있어서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분양가 문제와 일반분양이 적다는 점도 향후 분양의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분양가는 3.3㎡(평당) 평균 3411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올 초 규제지역에서 해제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됐지만, 양평 12구역 조합은 지난해 말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책정했던 분양가를 올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는 전용면적 59㎡의 경우 8억5000만원대, 84㎡는 11억5000만원대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해 주목받았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경우 84㎡의 분양가가 12억3600만에서 13억2040만원 수준이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와 1억원에서 2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영등포 중흥S-클래스(2021년 준공)' 전용 84㎡형은 지난해 3월 13억원에 거래됐다. 다만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매매가격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50대 E씨는 "주변 아파트들과 큰 차이가 없고, 신축이라지만 고분양가라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다소 불만스러워했다. 그는 "일반분양 물량이 185가구 밖에 안 돼 청약 경쟁률만 올라갈 것 같다"며 "조합원들이 전망권이 괜찮은 높은 층들을 가져가고 일반분양은 최대 16층까지 밖에 없는 것도 불만"이라고 말했다. 

여성 방문객들은 유상 옵션이나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40대 여성 F씨는 "다른 견본주택도 보고 왔지만,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유상 옵션이 너무 많다"며 "또 넓은 평형에서 볼 수 있던 화장실 단차가 소형 평수에 도입된 것도 어르신을 모시는 사람들한테 힘든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분양 관계자는 "고급 설계에 적용되는 카운터형 세면대를 시공했기 때문"이라며 "건식과 습식 모두를 활용하는 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규제 지역인 영등포구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 12개월 이상, 지역별, 면적별 예치금을 충족한 만 19세 이상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거주자면 보유 주택 수와 세대주 여부 관계없이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1·3부동산대책에 따라 주택형 시행령이 개정되면, 전매제한은 소유권이전 등기 이후에서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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