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3.07 19:00

국민연금, 2·3대 주주와 반대표 가능성
외국인·소액주주 우호세력 확보가 관건

KT 사옥전경 (사진제공=KT)
KT 사옥전경 (사진제공=KT)

[뉴스웍스=문병도·백진호 기자] KT이사회가 차기 대표(CEO) 후보자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선발했다.

이제 오는 11일께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이달말께 주주총회를 여는 것만 남았다.

KT는 상법에  따라 차기 CEO 후보 등 주총 안건을 안내하는 서한을 모든 주주에게  2주 전 서면으로 보내야 한다. 외국 주주들이 주총 안건 서한을 제때 받지 못하면 자칫 주주 권리 침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오는 11일께 주총 소집을 공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KT와 이사회측은 절차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최종 후보자가 자진 사임하지 않는 한 주주총회에서 차기 CEO 선임 여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다만 주총에서 CEO후보를 추천한 이사회 측과 반대측인 국민연금간의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분율 8.53%로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선임 절차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어 최종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 확실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 KT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외부 인선자문단이 추린 CEO후보자 숏리스트에 오른 4명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낸 여권과 같은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과 3대 주주인 신한은행(5.58%)은 비록 KT와 지분 맞교환과 같은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찬성표를 던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대 주주의 지분은 전체의 21.9% 수준이다. KT의 외국인 지분은 이보다 많은 약 43.61%(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소액주주 지분 역시 33%대로 적지 않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하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지분 값어치는 공식적인  지분율을 능가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통상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은 10%를 넘지 않는다. 최근 몇년간 열린 KT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진 주주의 참석률은 55% 수준이었다. 이번에 주총이 표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주주들의 흥미를 이끈다고 해도 주총 참석률은 60%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체 주총 참석률이 60%이라고 보면 1~3대 주주의 보팅 파워는  40%에 육박한다.

그렇다고 해도 CEO 후보자를 낙마시키기에는 10%가 부족하다.  소액주주와 외국인 중에서 우호세력을 반드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 세력이 미국계 금융서비스 회사인 티 로우 프라이스 어소시에이트이다. 티 로우는 지난 2월 10일 KT 지분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5.04%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티로우는 안정적인 배당주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시가배당률이 3% 이상이고, 매년 배당률이 우상향하는 주식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9일 지난해 실적발표를 통해 3년 연속 배당률을 우상향으로 늘렸다. 주당 배당금은 1960원으로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5.5%에 달한다. 국민연금측이 티로우의 환심을 사려면 배당부터 늘려야 한다.

지분 5.07%를 보유한 실체스터의 행보도 주목된다. 실체스터는 지난 2020년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공격적인 주주활동을 선언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실체스터는 KT 주식 보유 목적 변경을 통해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국민연금 측은 CEO와 이사회간 유착구조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CEO로 선임되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셀프 연임하는 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성과에 몰두하면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도 고착됐다고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사회측은 CEO후보자는 외부 개입이나 압력 없이 심사 기준에 맞게 공정하게 선임했다며 정치권의 '외압'을 시비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 측은 국민연금을 통한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개입에 대해 '대놓고 관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사 개입', '선거공신 챙기기' 라는 여론 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노조측도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총 결과에 대한 업계 예상은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주가가 한때 최고 90%까지 상승해 현 경영진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과 소액 주주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라면서도 "이들이 국민연금의 비판적인 시각에 동조할 수도 있고 KT이사회가 선정한 CEO 후보를 지지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달 말 주총에서 최종 CEO 후보 안건이 부결된다면 이사회는 원점에서 CEO 선출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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