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3.10 09:37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전기차·하이브리드용 특수 반도체 수요 지속 증가
부족 현상 장기화 가능성 높아…車·반도체 연결 가능한 엔지니어 육성 시급

박정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사진=정은지 기자)
박정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사진=정은지 기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산업 중 단연 돋보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동차다.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대표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1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판매량 '톱3'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전동화 트렌드에 대한 대응도 눈에 띄는 행보다.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와 'EV6'는 올 초 북미와 유럽 등에서 세계 3대 자동차상을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판매 실적과 품질 호평을 양손에 쥐며 우상향을 찍은 것이다. 

그러나 호재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발목을 잡았던 것은 차반도체 생태계다. 지난 2021년부터 밀어닥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암초로 자리하고 있다. 

뉴스웍스는 모듈러 설계부터 반도체의 공급까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박정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를 만났다. 그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차량 개발 및 분석 관련 업무를 하다 일본과 미국에서 정밀공학과 반도체 관련 연구를 했다. 이후 LG전자와 현대차를 거쳤고, 현재는 한양대에서 '자동차 제품 개발론'을 강의하고 있다.

박 교수에게 자동차 산업의 최근 이슈와 차반도체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차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해 "현재는 3단계에 왔다"며 "앞으로도 부족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래는 박정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차반도체 수급난이 당초 예상을 넘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의 생산 방식은 차이가 크다. 자동차는 조립 산업인 반면, 반도체는 프로세스 산업이다. 

애플은 1년에 2억대의 '아이폰'을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에 탑재하는 반도체들은 같은 기간 각각 2억개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요타는 같은 기간 1000만대의 차량을 판매할 뿐이다. 규모가 다르다. 게다가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너무 다양하다. 따라서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비교했을 때, 차반도체의 개별 생산량 규모는 터무니 없이 작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지자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 판단하고 부품 구입을 취소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가전이나 컴퓨터, 태블릿 등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자연스럽게 차반도체 주문은 뒷순위가 됐다. 바로 차반도체난이 시작된 배경이다.

2단계는 '매점매석'이다. 차반도체가 부족해지자 자동차 회사들은 평소보다 많은 반도체를 주문했다. 그런데 확보하지 못한 반도체 때문에 결국 차량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어떤 반도체는 쌓이고 어떤 반도체는 부족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3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지금은 가전·스마트폰 수요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완성차 업체들은 어느 정도 반도체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반도체 부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특정 차반도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는 급증하고 있어 공급량 부족한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차반도체 부족 현상은 언제쯤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나.

"차반도체 부족 문제는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미래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암시하는 사안이다. 세계 각국 정상의 차반도체 생산 증산 요청에 부응해 TSMC의 차반도체 생산 비율은 4%를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성차 메이커는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IT 산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반도체는 단일 장애점이 됐다. 단일 장애점이란 통신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이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단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 네트워크가 멈추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완성차의 경쟁력은 반도체가 결정짓는 시대다. 자율주행을 좌우하는 반도체는 일반 차반도체와 달리 첨단공정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배터리 전기 효율의 개선이 가능하다. 그런데 TSMC의 최첨단 공정은 애플이 독차지하고 있다. 올해 TSMC의 5㎚ 공정 생산라인의 80%는 애플이 사전 계약했다. 완성차 업계로서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와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궁금하다.

"우선 자동차와 반도체라는 상이한 생산 시스템의 원활한 연결을 위해 양쪽의 생산 시스템과 부품 공급망을 이해할 수 있는 ‘양손잡이 엔지니어’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둘째로 대변동의 시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기술력을 가진 상대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반도체 재료와 장비 등을 활용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일본과의 원만한 협력 관계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메이커는 과거 엔진과 섀시를 자사 고유의 방법으로 튜닝해서 차별화했지만, 앞으로는 자사 고유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로 차별화 지점을 제공할 것이다. 반도체 설계 역량이 자동차 메이커의 핵심 역량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화제를 돌려 지난 몇 년간 테슬라가 전기차 돌풍을 일으켰다. 기존 일인자였던 도요타가 극복할 수 있을까.

"테슬라는 이제 100만대 생산을 돌파했지만, 도요타는 이미 연 1000만대를 넘어섰다. 도요타의 전기차 행보가 늦다고 말하지만,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그 기술을 이용해 전기차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도요타는 워낙 전방위적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 않나. 전기차에 부정적이라는 회사 이미지가 있고, 이 부분을 해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에 도요타 사장이 사토 고지로 교체되면서 이 부분에 변화를 주지 않을까 싶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서 '소니카'에 대한 업계 반응이 뜨겁다. 

"소니카는 기존 테슬라와 도요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차량이다. 도요타는 기존 완성차 메이커의 강자, 테슬라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신생 스타트업이라면, 소니는 상품기획을 잘하는 전문가가 만드는 스마트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엔터테인먼트 차량인 데다, 혼다가 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완성도 또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니시카와 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자동차가 스마트카로 이동하면서 심플하게 변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차량의 인테리어부터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면서 기존 차량과는 또 다른 차량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나 소니카와 견줬을 때 현대차가 강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역량은 프로그래밍 인력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중요한 건 관련된 각종 지식이다. 지식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프로그램으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는 직접 소프트웨어를 생산해야 하며,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양성에 보다 속도감 있게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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