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3.12 00:05

이틀 만에 파산한 40년 역사 실리콘밸리은행
유동성 취약한 지역·전문은행 리스크 노출

 

(사진=SVB 홈페이지 캡처)
(사진=SVB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금리 인상으로 보유한 채권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취약하거나 포트폴리오가 편중된 은행들에 대한 위험인식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10일(현지시간) 자금난에 시달리던 SVB에 폐쇄 명령을 내리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자산 규모 209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76조원의 미국 16위 은행인 SVB는 미국 서부 벤처기업 40% 이상이 고객이다. 지난해 상장된 스타트업의 거의 절반이 SVB에 대출받을 정도로 큰 은행이다.

최근 신규 자금유입이 끊기고 고객들의 예금인출이 가속화되면서 뱅크런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영업을 중단시켰다.

SVB 주 고객인 테크 회사들의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현금흐름이 부족해져 SVB에서 예금을 대거 인출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SVB는 지난 8일 포트폴리오에서 210억달러 규모의 증권을 매각하고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 가량 신주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SVB는 고객이 인출하려는 예금을 지불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했다. 그러나 SVB 포트폴리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인데, 금리인상이 진행되면서 미국채 가치가 할인돼 헐값에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산매각으로 뱅크런을 커버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SVB는 10일까지 신주를 구매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결국 FDIC에 의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과 40년 동안 성장해온 SVB는 자금위기가 불거진 지 불과 44시간 만에 무너지게 됐다.

FDIC에 따르면 예금주들은 오는 13일 이후부터 예금보험한도(25만달러) 이내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비보험 예금주들은 보험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액에 대해 FDIC가 지급하는 공채증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은행 총예금인 232조원의 86%가 예금보호 대상인 25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억3000만원을 넘겨 예치되어 있는 만큼 스타트업의 줄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美 SVB은행의 파산 소식을 접한 유럽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유럽 대형 은행주도 4% 이상 급락했다. 

자금이 안전자산에 쏠리면서 가상화폐 시장도 요동 쳤다. 이날 오후 8시 45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9.72% 하락한 2만184달러에 거래됐고, 이더리움도 8.72% 하락한 1431달러에 가격이 형성됐다. SVB에 자금이 일부 묶인 스테이블코인 USDC는 가격이 1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시가총액은 최근 12시간 사이 433억5000만달러(57조3500억원)에서 364억8000만달러(48조2600억원)로 약 9조원이 증발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미국 금융기관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몇몇 은행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 있다"며 "추후 진행상황에 따라 관련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JP모건도 "대형 은행들은 소규모 은행 보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고객층이 넓다"며 "증시에서 은행주 전반의 매도세는 지나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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