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3.13 09:00
(사진=SVB 홈페이지 캡처)
(사진=SVB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주말 사이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했다.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은행인 만큼 벤처캐피탈(VC), 스타트업계의 파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가는 "미국의 시스템 리스크로 퍼질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며 은행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13일 미국 금융당국은 SVB 파산 조치에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11일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한 바 있다.

SVB는 18억 달러의 채권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뱅크런(예금 인출)으로 인해 약 14시간 만에 파산했다고 발표했다.

SVB는 지난 1982년 설립 이후 40년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다. 로쿠와 로블록스 등은 보유 현금의 26%, 5%가 SVB에 묶였다고 발표했고 당장 15일 급여 지급에 문제가 생긴 스타트업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SVB 파산으로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국내 증권가는 현시점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의 주요 고객이 실리콘밸리 지역의 스타트업 또는 VC 등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이었기에 금리 상승 여파가 현금 소진 및 뱅크런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은행권 전반이나 대형 은행의 뱅크런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대형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지난해 진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테스트 대상 은행의 자본비율은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SVB와 고객군이 비슷하거나 규모가 비슷한 중소은행의 예금 이탈이 확산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점쳤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사태는 지난 2008년 리만 파산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SVB는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로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중소은행이 한둘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SVB 사태가 한국의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닮았지만 은행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다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미국 은행권 총자산의 50%는 상위 10개 은행에 몰려있고 그중 40%는 상위 5개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미국보다 민감도는 덜하지만 국내 주식시장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주의 주가 하락은 한국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현재 적정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미국 기술주 가운데 펀더멘탈 약화 기업은 벤처에 집중돼 한국에 크게 민감하지 않을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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