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3.13 21:00
(이미지=뉴스웍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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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지난 주말 미국의 벤처캐피탈 및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SVB 파산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에서 촉발된 만큼 국내 은행들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일각에선 SVB가 만기가 짧은 부채로 자금을 조달해 만기가 긴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제2금융권 자금경색과 유사점이 있어 아무리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해도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1월 경상수지 적자가 45억2000만달러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상품(무역)수지도 74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의 월간 적자를 기록했다고 전해진 것도 우리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는 소식이 13일 전해졌다. AA-는 영국과 벨기에, 홍콩 등과 같고 중국(A+), 일본(A)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피치는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성과 부진한 거버넌스 지표,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도전 요인들이 있지만, 대외 건전성과 거시 경제성과가 견고하고 수출 부문이 역동적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도 제한적이어서 올해 경제가 전년 대비 1.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상반기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높은 금리 수준이 투자와 소비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고 하지만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고,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실제 수출부진은 글로벌 수요 감소 지속으로 당분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핵심 품목인 반도체는 물론 화학제품 수출 등 수출 전반에 먹구름이 끼면서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피치의 지적대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수출이 급감하다 보니 경상수지가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1월 경상수지 적자는 무역수지 적자가 주요 요인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무역수지 적자는 3월 들어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10일 수출액은 15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2% 급감했다. 조업일수(지난해 6.5일, 올해 7.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7.4% 줄었다.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열흘 만에 49억9500만 달러나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누적된 무역적자는 227억7500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적자(477억8500만 달러)의 절반(47.7%) 가까운 액수가 1분기도 안 끝난 상황에서 쌓인 것이다. 만약 3월말까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정말 걱정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원·달러 환율 상승의 요인이 되면서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를 더 끌어올려 소비 감소와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이미 적자인 재정수지에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가 이어지면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잘못하다간 외국인이 자금을 빼가고 외환보유액마저 부족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여기에 SVB 파산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마저 불안해 지면 외환은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또 다시 빠지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가계 모두 당장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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