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3.20 11:11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늘(20일)부터 분양가·인당 대출 한도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분양가 12억원이 넘는 집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규제 폐지는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부실로 번지면서 실물경제까지 흔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중도금 대출 억제가 현금 부자에게만 기회가 간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분양 시장에 훈풍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인기 지역에 분양 참가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 및 '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 규정을 폐지하고, 이를 이날부터 적용한다.

중도금은 아파트를 분양받고 내는 계약금과 입주 때 내는 잔금 사이에 치르는 금액으로, 통상 분양가의 60%다. 중도금 대출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가 건설사 알선을 받아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분양 과열을 막기 위해 2016년 8월부터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에 대해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해왔다. 이로 인해 분양가가 상한 기준을 넘는 주택의 청약 당첨자는 전액을 자기 자금으로 마련해야 해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이 컸다.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이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이유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도금 대출 보증의 분양가 상한선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했고, 이번에 이를 아예 없앤 것이다.

중도금 대출 보증 인당 한도(5억원)도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10억원을 상회하는 고가 주택의 경우에는 대출금액이 최대 5억원까지로 추가로 제한해 중도금 대출 자체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중도금 대출을 신규로 신청하는 단지뿐 아니라 이미 1회차 이상의 중도금 대출을 마친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중도금 첫 납부일이 오는 6월 22일인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전용 84㎡(분양가 12억~13억원) 수분양자도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치릴 수 있게 된다.

중도금 대출 규제가 사라지면서 미분양 해소와 분양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고가 주택 청약에 숨통을 터주고, 일부 미분양이 소규모 남아 있는 단지들의 미분양 소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중도금 규제 해제가 침체된 분양시장에 안정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분양시장의 훈풍이 시장 전체로 퍼지지는 것이 아니라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적이 바로 그 것.

그럼에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어떤 형대로든 분양시장이 다소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건설사의 유동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의 부실이 우리 경제에 위협적 요소가 되지 않도록 규제를 없앤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향후 집값 상승과 투기 수요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투기 세력을 부동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없도록 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건설사의 '돈맥경화' 현상도 해소해 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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