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4.17 11:35
(사진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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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층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다중채무자 10명 중 3명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이라는 의미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이 1년 전 보다 25.5% 급증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고, 이에 따라 부실 가능성이 큰 채무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취약차주 수는 126만명으로 2021년 말(120만명) 보다 6만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층 취약차주는 42만명에서 46만명으로 4만명이 늘어 전체 취약차주 가운데 36.5%를 차지했다. 50대(26만명→27만명)와 60대 이상 (17만명→19만명)도 각각 1만명, 2만명 증가했다. 반면 40대는 35만명에서 34만명으로 오히려 1만명이 줄었다.

전체 가계 취약차주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3조9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1년 전(92조8000억원)과 비교해 1조1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대출자를 뜻한다.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은 데다 신용등급은 낮고, 소득은 적다보니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상황능력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출을 받고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대출 연체율도 전 연령대에서 다시 오르고 있다. 연체율은 30일 이상 연체 전액 합계를 30일 이상 대출 잔액 합계로 나눈 값으로,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30대 이하 0.5%, 40·50대 0.6%, 60대 이상 0.7%로 1년 전보다 각각 0.1%포인트씩 상승했다.

전체적인 연체율 상승도 우려되지만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이 급증한 것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은 6조4000억원으로 1년 전(5조1000억원) 대비 25.5%(1조3000억원) 증가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율도 1.1%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가 가계부채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다중채무가 늘어난 것은 만성적인 청년 취업난에 따른 소득 감소와 함께 이른바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주식·코인 등 위험자산 분야에서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 광풍이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고금리가 이어지다 보니 청년층의 다중채무자가 급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 채무의 늪에 빠진 청년층이나 취약계층에 더 큰 충격파가 되고 고통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특히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 새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와 사회의 도움과 관심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도덕적 해이 논란을 무릅쓰고 청년층 등의 부채에 대해 대환대출과 부채 탕감책 등을 강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여기에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등 채무조정제도 등을 대폭 확대한다면 금상첨화다. 청년층과 취약계층이 부채의 늪에 빠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그만큼 더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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