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4.20 13:4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장연 공식 페이스북 캡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장연 공식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늘(20일)은 장애인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켜 장애인에게는 재활 의지를,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자 만든 '장애인의 날'이다. 1972년 출발한 '재활의 날'부터 따지면 50년 이상 흘렀지만 여전히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개인의 장애보다 더 큰 사회적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실제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은 1년 365일 가운데 364일을 무관심과 소외, 차별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장애인의 날에 절감하게 된다고 한다. 해마다 이 날이면 이 곳 저 곳에서 일회성 행사를 열고 있지만 비장애인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이 날이 더 서글프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들의 이런 인식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다만 장애인 날 제정이후 장애인에 대한 복지 개선의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먼저 1989년 장애인복지법을 제정 한 뒤 그 구현방안으로 장애인복지예산 증액,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한 법률제정 등 후속 조치들이 뒤따랐다. 특히 1998년부터 5년마다 장애인종합계획을 세우고 집행한 이후 장애인 지원예산이 연간 4조원대로 늘어나고 장애인 연금 도입, 장애인 고용 확대 등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뒷걸음질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인구 20명 중 1명꼴인 265만 등록 장애인들은 지금도 크고 작은 차별을 겪고 있고, 일상생활을 가로막는 현실의 벽은 높다. 장애인고용의무제를 통해 장애인 취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취업 장애인은 30%에 그치고, 어려움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도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비정규직 비율은 60%를 넘는다. 최저 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중증 장애인까지 포함하면 취업률이나 임금의 수준은 더욱 초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장애인 고용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장애인을 상시 근로자의 2.9%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고용의무제를 법규화해 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도록 강제하지만 이를 지키는 기업이 30%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고용대신 차라리 벌금내고 말겠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얘기다. 심지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 마저도 장애인 고용 대신 돈으로 대신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인프라 부족도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동권 제약은 심각하다. 버스·택시 같은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이용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휠체어를 타고 이용 가능한 저상버스 도입률은 27%에 불과하고 서울의 283개 지하철 역사 가운데 22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장애인들은 일회성, 생색내기 지원이 아닌 실질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장애 영유아 돌봄 대책, 취업률 제고를 위한 고용대책, 이동권 보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한다. 법규로 정한 장애인 배려정책은 최소한의 실효성밖에 담보하지 못한다. 법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따듯한 사회적 인식이다. '모든 사람은 공정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에 입각해 장애인의 보편적 인권을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장애인 대책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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