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23 15:40
양지청 글로벌개발원 원장 (사진제공=양지청)
양지청 글로벌개발원 원장 (사진제공=양지청)

놀이기구(rides)를 개발하는 기획자는 탑승객들의 간담을 점점 더 서늘하게 들었다 놨다 만드는데 주력한다. 속도감이 엄청나거나 낙하와 상승이 특이한데다 그 폭이 상당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소, 미끄럼틀, 그네(swing)에서 후렌치 레볼루션, 은하철도 888, 바이킹, T익스프레스 등으로 발전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랜드마크(Landmark)에 대한 관심도 크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뉴욕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대표적이다. 워싱턴D.C. 워싱턴 기념탑, 링컨기념관, 백악관도 장소 마케팅(Place marketing)에 성공한 사례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떠나 여러 유적지나 관광지를 다녀온 뒤 국내 관광지와 비교평가하기 일쑤다. 입을 다물 수 없게 하는 장관이나 엄청난 규모, 오랜 역사를 지닌 명소부터 거론하는 것은 자연스런 반응이다. 최첨단 기계장치를 우리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한국 주요 관광지의 매력을 높이는 작업에 있어 자본력과 시장의 한계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국내 지자체 단위로 각개전투에 나서 경쟁하기는 힘들다.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LA 유니버셜 스튜디오, 뉴저지 애틀란틱 시티, 사막 한가운데 조성한 라스베가스의 장점은 많다. 우리가 이기기에는 허들이 너무 높다.

후발 주자가 굴뚝없는 공장인 관광산업에서 틈새시장을 포착, 매력도를 키우려면 아이템 특화전략부터 갖춰야 한다. 이어 효율적인 융복합 전술을 마련하고 실현에 옮겨야 한다.

안정된 국가, 부패 없는 체제, 약물 우려가 낮은 사회로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관광기반 강화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가 환율 등락 폭이 적고 공공 부문에서의 파업이 없는 것도 도움을 준다. 

국가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브랜드 가치도 상승하면 개별 산업의 경쟁력도 덩달아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관광산업은 물론 호텔과 컨벤션을 포함한 마이스(MICE), 자본 유치, 증권시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국이 당면한 복합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부흥하는데 성공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도 축소될 것이다.

서울대에 재직할 당시 정부 도시재생사업 기획단장을 맡으면서 일본 록본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사회간접자본 계획을 도우면서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미국 롱비치항, 일본 고베항을 보면서 직관력(insight)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세계와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허브가 되고 국제적 거점으로 올라서는 것이 가능하다. 스마트시티의 모범 샘플 시티가 형성되었다면 상당한 유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아이템도 창의성이 첨가되면 엄청난 것이 나올 수 있는 분야다.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까지 융복합이 가능하다.

로마와 바틴칸의 예는 시사점을 준다. 모든 길은 로마로(All road to Rome), 로마는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Rome was not built in a day)처럼 나라에 유인력과 흡인력이 있어야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제대로 기획되고 관광지도 새롭게 기획되고 함께 잘 돌아간다. 역사와 문화, 종교, 산업기술에서 마케팅과 IT 융복합기획은 중요하다. 외국 순례자의 길도 힌트가 된다.

시도별 전략적 특화는 도움이 된다. 관광을 예로 들지만 한가지 분야로는 나라를 부흥시키기 쉽지않다.

한국 거리를 흥겹게 만들면 제2의 BTS나 또 다른 강남스타일도 탄생한다. 동시에 나라 부흥의 실마리가 풀리고 창의적 동력이 결실을 나타내면서 여러 핵심 요소기술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가 번영하는 기조에 들어서면 저출산 난제까지 극복하며 새지평 개척도 가능하다. 미세한 극히 작은 시도가 나라를 부흥시킬 수 있다. 일종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s)라 할까?

외환위기 당시 프로골퍼 박세리의 물속 맨발 아이언 샷은 온 국민에게 힘을 주었다. 학력없는 에디슨은 획기적인 발명으로 인류에 기여했고 장애가 있던 베토벤은 현재까지 감흥을 주는 창작품을 남겼다. 이러한 인간승리의 본질은 열정, 집념, 노하우, 지혜 등과 관련이 크다.

'새벽종이 울렸네 잘살아 보세'로 시작해 중화학공업육성 등으로 이룬 한강의 기적은 제2 한강의 기적으로 구현되고 이 과정에서 범상한 인물이 큰 변혁의 주역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경제·산업·과학계의 메시아가 나타나려면 창의성과 혁신성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둔 교육체계 개혁이 필요할 지 모른다. 아울러 요소기술 개발 등 우선순위 과제 해법도 빠짐없이 마련되어야 한다. 

투입에 비해 승수(Multiplier) 상승효과가 나타나면 국내 총생산이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이를 위해 신성장의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제환경은 급변 중이다. 한국에 대한 암울한 전망도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의 대 중국 규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첨단기술 대중국 수출규제, 반도체법 등 다양하게 전개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우리에게는 미처 사용되지 않은 장점이 있고 아직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도 있다. 기우제형 전략보다는 주사침(Injection needle) 효과를 갖춘 세부적 디자인이 중요하다.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고 국가 부흥을 이뤄야 할 때다. 이를 위한 기본 과제는 국가 채무관리 강화, 재정 건전성 제고, 시스템 혁신, 융복합 적용, 효율적 국제협업, 추진력 확보이다. 

양지청 글로벌개발원장/전 카이스트·서울대 교수/경제학 박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