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4.24 13:43
고덕강일 3단지 조감도. 분양가 3억원대의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알려진 이 단지는 500가구 사전예약에 2만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40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제공=서울시)
고덕강일 3단지 조감도. 분양가 3억원대의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알려진 이 단지는 500가구 사전예약에 2만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40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4월에 이어 5월에도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오는 6~7월에는 입주물량이 다소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다시 급감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서울 아파트의 입주물량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릴 전망이다.

24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5월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30가구 이상 단지 기준·임대 단지 제외)은 1만9392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4월 1만8425가구보다 5%, 지난해 5월 2만8617가구보다는 32% 감소한 수치다.

지역별 입주물량은 수도권에서 1만866가구, 지방은 8526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수도권은 30%, 지방은 35% 줄어든 것이다. 지난 4월과 비교해도 수도권은 7%, 지방은 3% 감소한 수치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342가구의 입주물량을 제외한 1만524가구가 경기도에 집중되고, 지방에서는 울산(2786가구)과 대구(2782가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입주 물량이 나온다. 이어 충남(1853가구)·경남(993가구)·제주(112가구)에서 입주가 이뤄진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준 것도 문제지만 서울의 경우 4~5월 2개월 연속으로 입주 물량이 없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 입주가뭄은 당장 2분기 들어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6~7월 분양·임대 아파트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어나지만, 이 물량이후 입주할 물량이 급격히 감소해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0년 이후 평균치의 절반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5130가구에 불과했다. 해당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서울 아파트의 2분기 평균 입주 물량이 1만여 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 불과한 물량이다. 최근 10년 간 2분기 평균 물량(7600가구)과 비교해서도 70% 선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부족 현상은 당분간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4만9525가구에 이르렀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절반 이하인 2만2092가구로 줄어들고 2024년엔 또다시 절반인 1만1881가구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여서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7월 아파트 분양가를 인근 시세의 60~70%로 통제한 분양가상한제 탓이 크다.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정비사업장들이 분양일정을 연기하면서 입주 일정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은 것이다. 여기에 원자재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급격히 오른 원자재가격을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되자 시공사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서울 아파트 공급부족이 아파트가격 상승은 물론 전세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파트 공급이 줄어 수요가 많아지면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부동산 시장 혼란은 고스란히 서민 주거 피해로 이어진다. 집 없는 서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세물량 공급을 늘려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는 단기대책과 함께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재개발 촉진, 적어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상쇄할 공사비 인상 등을 포함한 장기적인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땅값부터 아파트 가격까지 전국에 부동산 투기 광풍을 몰고 온 시발점이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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