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5.04 09:15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행정절차가 마무리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은행을 이전 공공기관 지정한다는 고시문을 게재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정책금융 역량 강화 컨설팅'이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수립해 금융위에 제출할 방침이다.

아직 한국산업은행법 국회 개정이 필요하지만, 신보와 주금공 사례와 같이 법 개정 전에 본점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여전히 이전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행정절차도 위법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노조가 합심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인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산에는 산업은행 간판만 내려갈 공산이 크다.

산업은행이 부산에서도 국책은행 역할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실무 인력이 내려와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본점 부산이전 사전조치로 전보 발령된 70명은 산업은행을 상대로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른 직원을 보내고 싶어도 직원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자발적 퇴사자 수는 97명에 달한다. 올해도 1분기에만 26명이 떠났다.

이들이 산업은행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부산으로 내려가기 싫다는 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산업은행에서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는 불신이 직원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불신의 원인으로 인사제도를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내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팀장급 이상부터는 수석부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에서 승진이 결정된다. 결국 일반 직원이 부행장에게 한번 찍히면 승진 길이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부산 이전을 찬성하면 노조의 눈치를, 반대하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임원들에게 찍혀 승진할 수 없으니 차라리 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떠나는 것이다.

한 은행원은 "국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처럼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여인상률이 높은 것도 아니지만 국책은행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버티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와 노조 간 갈등 속에 직원들이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석훈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산 이전 방아쇠를 당겼으니 산업은행은 부산행 기차를 탈 수밖에 없다. 다만 탑승한 승객이 팀장으로만 가득 차지 않길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