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5.07 00:01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7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가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으로,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정례적으로 오가는 '셔틀 외교'를 12년 만에 복원시키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통령실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 방한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실무방문 형식이며 기간도 1박 2일로 동일하다. 이에 따라 한일정상회담은 기시다 총리 방한 첫날인 7일 진행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물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관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복원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4년 만에 모두 해제되는 시점과 맞물려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사실 이번 가시다 총리 방한은 윤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국내 정치적 손해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 '3자 변제' 방식이라는 전향적 해법을 제시했고, 곧이어 일본을 방문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2018년 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 이후 5년 3개월 만에 이뤄진 일본 정상의 한국 방문이라는 상징성만으론 얽히고설킨 양국 관계가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가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어떻게 단추를 다시 꿰느냐에 따라 양국 관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가치기반 연대'로 재편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측이 성의 있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진일보한 사과가 급선무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선 사죄나 반성을 새롭게 언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관측을 깨고 가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를 언급한다면 애매모호하고 하나마나 한 말은 필요 없다. 양국 관계를 급랭시킨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부분을 포함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윤 대통령이 제시한 3자 변제 방식의 나머지 부분을 채울 방안과 조치를 분명히 언급한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화이트 리스트 재지정의 신속한 마무리, 어업협정 재개 등에 대한 공개 언급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지울 수 없는 애증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발목이 묶인다면 양국 모두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양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한일관계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전한 가시다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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