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5.08 11:51
지난 4월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지난 4월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건설사들이 지난 4월 계획한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이 절반 이상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시장이 봄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재가격 급등, 금리인상 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분양을 미룬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보다 77%가량 많은 물량이 대기 중인 이번 달(5월) 분양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조사한 4월 분양예정단지는 29개 단지, 2만7399가구였지만,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17개 단지, 총 1만1898가구로 공급실적은 43%에 불과했다. 1·3부동산대책 이후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분양시장 전망이 밝아지고 있는데도 분양을 줄줄이 연기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룬 것은 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청약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등으로 분양시장 여건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급격히 오른 자재가격, 미분양 우려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눈치 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장 이달 분양될 물량마저 온전히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5월 분양예정물량은 32개 단지, 총 3만102가구로 1년 전 대비 77%(1만3125가구)가량 많은 물량이 분양 대기 중이지만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5월 물량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6589가구 분양이 예정된 지방 물량이 실제 다 나올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대전 등지에서는 실제 분양을 미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상에서 난항을 겪는 것도 분양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분양도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양 시장을 가로막는 요인은 분양가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한 논의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부터 보류되면서 사실상 전매제한 완화가 아직까진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분양시장의 복병이 되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분양 연기 추세가 이어질 경우 공급부족으로 인한 집값 폭등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이 분양가와 미분양 증가 등을 이유로 공급 속도조절에 나선 모양새 이지만, 이는 분명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부동산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 등지에서의 입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4만9525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절반 이하인 2만2092가구로 줄어들고 2024년엔 또다시 절반인 1만1881가구로 급감한다. 여기에 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 중단 사례가 더해진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지금은 시장을 관망할 때가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개선, 획기적인 규제완화 등을 통한 공급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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