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5.13 06:05

삼성·키움證 '어닝 서프라이즈'…"브로커리지·운용수익 개선"
나신평 "CFD발 신용도 악화, 단기로는 제한적…더 지켜봐야"

주요 증권사 1분기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추이. (자료제공=각사)
주요 증권사 1분기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추이. (자료제공=각사)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은행계를 비롯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증시가 회복되고, 거래대금도 상승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분기에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뇌관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하나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잠정 집계 기준)은 총 1조826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총 2조3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어났다. 직전 분기 대부분의 증권사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개 분기 만에 큰 폭 개선됐다.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눈에 뛰게 실적이 반등한 곳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52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66.4% 늘어난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4112억원, 34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61.0%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회사의 강점인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수익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자산 1억원 이상 고객 수가 직전 분기 대비 15.5% 증가하며, 초고액 자산가 수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증권가도 삼성증권이 역대급 운용수익을 거뒀다며 호평 릴레이를 펼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 삼성증권의 운용수익은 헤지 비율이 높아 변동성이 크지 않은데, 이처럼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재무제표상 처분이익 및 평가이익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7.3% 오른 2924억원을 달성했다. 기존 시장 전망치인 1486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실적 발표 이전에도 키움증권은 주식 거래대금 상승과 기준금리 동결 분위기 속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자기자본 11조원을 돌파한 미래에셋증권도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3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에 비해 부진했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하락한 262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0.4% 하락한 287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디지털 혁신을 강화하며 시장 변화에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메리츠증권도 1분기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9.2% 하락한 19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6.4% 하락한 2397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신규 딜 감소로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지만, 롯데건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투자협약을 통해 자본시장의 실물경제 지원 강화라는 글로벌 IB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전했다.

은행계 증권사 1분기 당기순이익·영업이익 추이. (자료제공=각사)
은행계 증권사 1분기 당기순이익·영업이익 추이. (자료제공=각사)

은행계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이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 18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0.0%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5% 늘어난 2515억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하나증권만 순이익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세일즈앤 트레이딩(S&T) 수익 호조와 수수료 수익 개선 등으로 834억원이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며 "1분기부터 손님 수와 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각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내실경영 등 균형 성장에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증권사들이 이번 1분기에 들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분위기다.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며 운용 수익이 개선됐고, 증시 회복으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브로커지리에서 수익이 큰 폭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분기에는 실적이 다소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는 CFD에 따른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잔액은 2조7697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3254억원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증권사 중 교보증권(6131억원)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키움증권(5576억원), 삼성증권(3503억원)이었다. 이에 올해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에 대해 CFD 관련 미수채권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증권가에서도 CFD 관련 손실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FD 신규 가입 중단 및 향후 금융위원회의 CFD 제도 개선 등으로 향후 CFD 관련 손익이 위축될 공산도 크다"며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에 대해 "미수채권 관련 예상 손실은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에 대해 "CFD를 비롯한 SG증권발 사태로 키움증권의 주가는 큰 폭 하락했지만,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용평가사는 신중론을 보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CFD 사태가 증권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로 봤을 땐 제한적이지만 향후 증권사의 고객 이탈, 실적 저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규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CFD 사태로 향후 관련 증권사에게 채무 상환 능력을 변화시킬 정도의 실적 저하가 나타나는 등 펀더멘털이 훼손되는지 여부가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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