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6.08 11:20
(사진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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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해외 주재 발령을 받은 A씨는 출국 전 해외 거주지의 월세 보증금 등에 쓰려고 은행에 8만달러 송금을 요청했다. 하지만 은행은 연간 5만달러 이상 송금의 경우 증빙서류 확인이 필요하며, 아직 출국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송금 목적이 규명되지 않아 송금이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서류 제출 등 별도의 증빙 없이 실행할 수 있는 해외 송금 한도가 다음 달 초부터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8일 기획재정부가 행정 예고한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별도 서류제출이나 자본거래 사전신고 없이 해외 송금·수금할 수 있는 외환 한도가 연간 10만달러로 늘어난다. 현재는 거래 외국환은행을 지정하면 연간 5만달러 내에서 지급 증빙 서류를 내지 않고 해외 송금을 할 수 있었고, 연간 5만달러가 넘는 자본거래는 금융당국에 신고해야만 했다.

이번 외국환거래규정 개편은 1999년 외국환거래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해외송금 한도를 경제 규모에 걸맞게 늘려 국민의 일상적인 외환거래 편의를 증진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 실제 경제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외환거래 수요가 늘어났으나, '외화 유출 억제'라는 철학이 담긴 기존의 외환제도로 인해 일반 국민과 기업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기업의 외화 조달 편의를 제고하고 해외투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규모 외화차입 신고기준을 연간 3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상향하고, 해외직접투자 수시보고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증권사 현지법인의 현지 차입에 대한 본사 보증 등 은행 사전신고가 필요했던 31개 자본거래 유형은 사후보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환전절차도 간소화했다. 은행에서만 가능하던 외화 환전을 증권사에서도 가능하도록 허용해 외국인 투자자가 외화자금을 국내에 미리 예치할 필요 없이 바로 환전해 국내 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대형 증권사의 일반인 대상 환전도 허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증권사들의 외환 분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정말 잘한 일이다. 외환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선진적으로 개선하고 외환분야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어서다. 특히 무역규모 8위, 외환보유액 9위, 글로벌 10대 경제대국이란 위상을 감안해도 적절한 대처로 여겨진다.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 국내 산업과 자산에 대한 매력이 미국 등 선진 국가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이나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주변국에 비해 외환거래마저 불편하다면 외국인과 비거주자의 국내 시장 접근은 더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외환거래규정을 개편했다고 하지만 이 것만으론 부족할 수 있다. 해외송금과 외국인 증권투자가 보편화되고 비트코인 등 새로운 결제방식과 신종 지불수단이 속속 등장하는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개선해야 할 점이 있으면 과감히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금융시장 선진화는 물론 원화의 국제화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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