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6.14 16:18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전기차 후발주자인 도요타가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카드를 들고 전기차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경쟁사들도 개발을 마친 2027년에 상용화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없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최근 시즈오카현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실용화해 전기차에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10분 충전 시 1200㎞가량 주행할 수 있다. 이는 현재 활용되는 전기차 주행거리(500㎞)의 약 2.4배 수준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폭발 위험성이 낮아 일명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제조 비용이 리튬이온의 4~25배에 달하고, 내구성이 떨어는 단점이 있어 아직 프로토타입(양산 전 단계)조차 상용성이 희박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평가에도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끝없는 연구개발과 투자를 이어갔다. 2021년 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가 장착된 프로토타입 전기차를 공개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요타가 출원한 전고체 배터리 특허는 약 1300건으로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많다. 

도요타 경영진들이 SUV 전기차 ’bZ4X’ 발표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도요타 홈페이지)
도요타 경영진들이 전기차 ’BZ4X’ 발표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도요타 홈페이지)

이번 발표를 통해 업계는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발판 삼아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기술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 1위 기업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도 'BZ4X' 단 한 모델 뿐이며, 이조차 판매량이 2만대에 머물고 있다. 전체 판매량의 0.2%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설명회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자사 하이브리드 차량부터 탑재하는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 2027년부터 순수 전기차에 모두 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카지마 히로키 토요타 최고기술책임자는 "전고체 배터리 내구성 문제를 극복했다"며 "세계에 뒤지지 않고 반드시 실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양산 시점이 경쟁사에 비해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과 중국 CATL은 이르면 2026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고 밝혔으며 현재 개발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대량 양산과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의 큰 산을 넘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제조 비용(일본 기준)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425배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가격 낮추는 추세인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과연 매력적으로 보일지 의문이다.

이에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는 "대량 양산을 위해 기술 고도화를 통한 개발비 절감이 우선"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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