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6.22 12:34
수험생들이 수능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최윤희 기자)
수험생들이 수능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최윤희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밖 출제 배제' 지시와 관련한 파장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9월 모의평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500여명) 선임을 완료하고 조만간 출제 작업에 착수한다.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올해 수능에서 달라지는 경향을 파악하려면 9월 모의평가 1차례 밖에 기회가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제자 입장에서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을 갖추고 공정성까지 더해야 하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매년 6월과 9월 두 차례 실시하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이 수험생에게 학업 수준을 진단할 기회를 주고, 응시자들의 학력 수준을 파악해 수능의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수능을 치러야 할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해 수능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9월 모의평가는 지난 6월 평가에 '교육과정 밖 수능' 출제 논란이 일면서 '공정 수능' 방향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와 평가원에 대한 감사 방침이 전해지면서 출제방향이 어떻게 바뀔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문제를 출제하는 평가원이나 출제자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킬러 문항 없이, 난이도 조정을 통해 '물수능'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다만 9월 모의평가가 모두 충족시키기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킬러 문항을 줄여 '준킬러 문항'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난이도 조절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푸는 수험생 집단의 학력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할 경우 까다로운 시험이 되거나 지나치게 쉬운 시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다. 수능이나 모의평가와 같은 대규모 일제고사의 난이도 조절이 '신의 영역'이라고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 수능'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도 당장의 혼란과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올해 수능이 1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출제경향이 바뀌면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 질수 있다. 이를 매개로 정치·사회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런 걸림돌을 조속히 정리하지 않으면 자칫 큰 혼선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9월 모의평가 출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는 올해 수능 출제에 변화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명쾌한 기준과 방향을 내놓아야 한다.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수능 출제 배제' 지시에 부합하는 구체적 유형과 사례를 함께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교육 정상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가 공감한다. 옳은 방향이라면 밀고나가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일관되고 확실하게 밀고 나가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는 잠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잘못된 현상은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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