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6.28 09:00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진제공=그린피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진=그린피스 홈페이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방출하는 설비 설치를 끝냈다. 오염수 방류구에 덮개를 씌우는 작업만 하면 이제 해양 방류 공사는 완전히 끝난다. 일본 정부는 늦어도 올여름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해양 방류를 합리화하는 마지막 절차인 IAEA 최종보고서는 오는 7월 4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해역과 맞닿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오염수가 실제 방류되면 먹거리부터 오염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 공포감' 확산에 혼란 또한 증폭되는 모습이다.

여당은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자며 파장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매일 브리핑까지 진행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핵 폐수'라며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응을 규탄하고 있다. 급기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26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의 거짓말에 우리 정부가 장단 맞추는 행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일본 앵무새' 같은 우리 정부의 거짓말이야말로 실로 괴담"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와 유입된 지하수가 합쳐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처리한 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를 거치면 삼중수소 외 62개 핵 물질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 10월 22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알프스로 처리 후 배출하면 기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도쿄전력은 지난 12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설비 시운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벌써부터 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천일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게 하나의 사례다. 지난달 기준 3만1540원이었던 천일염 20㎏ 평균 소매 가격은 이달 5만7840원으로 83.4% 껑충 뛰었다. 정부는 천일염 생산·유통·가공업체에 시중 공급물량 확대를 요청하고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단속까지 나선 상황이다. 

우리 정부와 여당, 과학계는 파장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태평양을 돌고서 4~5년 뒤 도달한다는 것이 과학적 분석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괴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괴담, 선전 선동 수준의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국 원자력학회는 오염수를 일시에 배출하더라도 우리나라 해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 '광우병 사태'를 겪으면서 이 같은 사실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알프스가 다핵종을 모두 제거하는 데 실패할 경우, 그리고 도쿄전력이 자료를 은폐할 경우 등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도쿄전력이 투명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방안과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는 작업에 우리 정부의 참여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다시 새겨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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