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6.29 09:48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기한인 29일 아침이 밝았다. 지난해는 8년 만에 기한이 지켜졌지만 올해는 힘들어진 분위기다. 오늘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가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9620원보다 26.9% 인상된 1만22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이날 한 명 공석인 근로자위원을 채우기 위한 한국노총의 추천안을 고용부가 반대하면서 노동계가 회의 참석 직후 전원 퇴장, 즉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근로자위원들의 오늘 9차 회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양측간 입장 차이가 2590원에 달하는 만큼 단시간 내 합의될 상황도 아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90일 이내에 최저임금 심의를 마쳐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보냈기 때문에 오늘까지 최저임금안을 의결해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다만 법적인 강제나 제재가 없는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해석되는 만큼 잘 지켜지지 않는다.

1988년 시행된 최저임금제는 지난해까지 총 36차례 심의가 이뤄졌는데 기한을 지킨 것은 9번에 그친다. 지난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기한이 준수된 사례다. 다만 작년에도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전년보다 18.9% 인상된 1만890원을 제시했고 3차 수정안에서 1만80원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9160원 동결을 주장하다가 3차 수정안으로 9330원을 내놨다.

합의에 실패하면서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2.7%)에 물가 상승률(4.5%)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2.2%)을 뺀 이른바 '이론 임금인상률'을 적용해 5.0%, 9620원을 단일안으로 마련했다.

노사는 모두 반발했다. 이는 표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자위원 9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4명은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노총 소속 5명만 참여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모두 퇴장해 기권처리됐다. 재적 인원 27명 중 2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처리됐다.

기한은 지켰으나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이 가득했다.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 요구안 격차는 더 커졌고 근로자위원 추천을 두고 갈등마저 터졌다.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매년 노동계는 많이 부른 뒤 깎고, 경영계는 적게 부른 뒤 올린다. 이런 '흥정'을 두고 보는 국민들은 지치고 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26.9% 인상안은 어떤 이유에서도 설득력이 없다. 최근 5년간 인상률은 2019년 10.9%,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2023년 5.0% 수준이다. 경기가 호황도 아닌데 20%대 인상은 불가능하다.

물론 경영계의 '동결' 주장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점심값이 전부 오른 판국인데 월급은 그대로라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올해 최저임금을 둘러싼 관심은 '시급 1만원' 달성 여부다. 여기에 필요한 인상률은 3.95%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면 노동계가, 미달하면 경영계가 사실상 승리했다고 내심 자부할 것이다.

'블러핑'이 가득한 최초 요구안이라지만 2590원 차이는 해도해도 너무하다. 상식적으로 합의 가능한 범위에서 논의하고 빨리 결정해줬으면 한다. 노사는 결국 빠지고 매번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되는 모습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국민들이 '흥정'보다 '정찰제'를 선호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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