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7.05 14:44

국토부 8월 중 GS건설·LH에 징계 수위 발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설계와 시공, 감리 등 모든 단계의 총체적 부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철근이 대거 누락됐으며 품질이 떨어지는 콘크리트가 타설됐다. 설계 과정에서 감리 역할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4월 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슬래브 붕괴사고와 관련해 두 달간 진행한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 29일 인천 검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지하 1·2층 지붕 격인 상부 슬래브 상부 1289㎡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건설현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진행했다.

국토부는 이 붕괴사고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해 학계·전문가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5월 9일부터 7월 1일까지 약 2개월간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사조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을 꼽았다. 

설계와 시공, 감리에  모든 단계에 있어서 총체적 부실이 생겨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자료제공=국토부)
(자료제공=국토부)

우선 지하주차장 공사의 첫 단계인 설계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구조설계상 모든 기둥(32개소)에 철근(전단보강근)이 필요한데, 기둥 15개에 철근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표기했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파트 각 층을 나누는 슬래브는 위아래 각각 수평으로 철근(주근)을 깔고 이를 수직 철근인 전단보강근으로 연결해야 한다. 바닥이 뒤틀리거나 붕괴하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주기 위한 것이다.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인 전단보강근이 설계상에서 이미 절반가량 누락된 것이다.

시공 과정에서는 철근이 추가로 빠졌다.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조사위가 기둥 32곳 중 붕괴해 확인이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고 8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이 빠졌다.

구조물 붕괴 과정. (사진제공=국토부)
구조물 붕괴 과정. (사진제공=국토부)

시공사인 GS건설도 사고 이후 "자체 조사 과정에서 초음파 촬영을 통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부분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붕괴한 곳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기준 강도의 85%에 미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사고부위(A-3구간)에서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20.4MPa)보다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이에 따라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이른바 '물 탄 콘크리트'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발주청 역시 품질관리 절적성 확인에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발주청은 시공사가 품질관리를 적절하게 하는지를 연 1회 이상 확인해야 하지만 LH는 품질관리 적절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시공 과정에서 설계값(높이 1.1m)보다 많은 흙이 적재(최대 2.1m)되면서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공과 설계에서 총체적 문제가 있었고, 품질이 떨어지는 콘크리트가 사용됐으며, 설계보다 많은 토사로 인해 하중이 가해지면서 결국 슬래브가 파괴,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는 기둥 32곳 중 11곳은 전단강도가 부족하고, 9곳은는 휨강도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7곳은 전단강도와 휨강도 부족이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전단강도가 부족한 기둥 11곳에 전단보강근이 있을 경우 모두 전단강도가 확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이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는 뜻이다.

붕괴구간 인근 기둥 강도검토 결과. (사진제공=국토부)
붕괴구간 인근 기둥 강도검토 결과. (사진제공=국토부)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부가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근 누락"이라면서 "전단보강근이 모두 있었다면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조사위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의 심의 절차를 강화하고, 현장 콘크리트 양생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위원장은 "최종보고서는 조사결과 등을 정리·보완해 7월 중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조사보고서가 향후 유사사고 재발방지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GS건설의 83개 현장에 대한 확인점검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사고조사위가 제출한 최종 보고서와 관계 법령을 검토해 다음 달 중 GS건설과 LH 등 관련 기관에 대해 징계 수위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 업체는 건설업 등록 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된다.

국토부와는 별도로 LH도 이번 달 말까지 사고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면 재시공, 부분 재시공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GS건설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시공사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고객분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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